테오에게 보내는 편지

2월 25, 2008 at 3:44 오전 (On Stage, 마녀 Wrote)

김종구

국립극단의 배우들이 ‘연기’에 대한 목마름을 채우고자 스스로 기획하고 저예산으로 국립극장 별오름 극장에서 올리고 있는 ‘스튜디오 배우 열전’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 첫 작품이 꽤 신선했다는 평이 있었지만 놓쳤고 두 번째 작품이라도 보자고 생각하여 도전했는데 하필 두 번째인 테오에게 보내는 편지는 모노로그. 크헉! 결론부터 말하면, 술 취한 79학번 선배에게 불려나가 80분간 찌질한 신세타령을 졸지도 못하고 무릎 꿇고 듣고 앉았는 바로 그런 드러운 기분. 대본만 곰곰히 들어보면 무척 재밌을 수도 있는 부분도 있고 관객의 긴장을 완화시킬  부분들이 적절하게 들어있건만 이놈의 연출과 배우의 연기는 시종일관 진지하셔서 아주 진짓상을 말아드시더만. 고흐는 살아 생전에 찌질한 조울증 환자에 알콜 중독, 못생기고 돈 없는, 여자 밝힘증의, 유명해질 리가 없는, 어디서 굴러 들어왔는지도 알 수 없는, 소리만 고래고래 질러대 말썽 대마왕인 그저 그런 환쟁이었다. 그러나 이 배우가 연기하는 고흐는 이미 거장이셔, 거장. 게다가 아무 의미도 없는 무대 디자인. 여기 저기서 모은 ‘그럭저럭’ 모던해 보이는 장치인 천장에서 전구 늘어뜨리기, 바닥에 높이가 다른 원주 늘어놓기, 배경에 세 장의 대형 캔바스 설치하기. 하지만 그 어느 것도 효율적이지 않은데다, 뭔가 채우려는 몸부림 외의 어떤 의미도 없다. 이를테면 전구를 보자. 노란 백열전구 서른 네 개는 고흐가 그렇게 찾아 헤매던 노랑이더냐. 그러면… 키는 시점이나 끄는 시점에 일관성이 있어야 하는 게 아니더냐. 왜 켜져 있는지 전혀 의미가 없더구만. 게다가 뒤의 캔바스 셋… 나중에 고흐가 그 뒤로 들어가 먹칠을 하는데… 왜 그르슈? 먹칠을 하면서 또 웅얼웅얼… 그게 아주 짜증이었다. 결국 뭔가 퍼포먼스를 하고 싶었던 거야? 또 높이가 다른 원주 열 넷. 그보다는 차라리 고흐의 방에 놓여있던 그 의자 한 개 놓아두는 게 훨씬 나았을 것이다. 그 열 넷의 원주는 키 작은 그 배우에게는 지나치게 높은 것도 있어서 거기 걸터 앉으려고 애쓰는 모습이 아주 짜증날 지경으로 엉망. 게다가 극이 종반에 이르면서는 배우의 힘도 다 해서 아주 그 때부터는 기계적으로 대사를 외우기 시작. 잠을 자라고 하시지 그러세요? 그렇게 굴곡 없이 편지만 읽으시니 본인도 힘드시겠습니다. 굴곡이 없었냐… 아니… 뭐 소리를 지르기고 하고 비명을 지르기도 하고 고함도 지르지만…어므 다 같은 말이네? 라는 그런 말입니다. 암튼 배우에게 마지막 그나마 박수라고 쳐준 것은 80분 분량의 대사 외우느냐 고생 많았다는 의미,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동행은 아주 식후의 단 잠을 주무시더라. ㅎㅎㅎㅎ 배우도 관객도 행복한 모노로그를 보여주시라, 제발. 서로에게 못할 짓 하지 말고. 마지막으로, 나는 고흐가 두 번을 죽었다 깨어나도 검은 셔츠, 검은 바지를 입을 거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그 쯤 해둬. 아무리 검정이 배우들의 색이라고 해도… 이미지상으로 무대 전체가 검정이었다.  검정. 마지막의 그림마저도 검정. 대사톤도 검정. 그렇게 다 먹칠을 해버리고 싶다면… 20분간 불을 끄고 관객을 재우지 차라리.

하지만 트러스에 매다는 조명을 최대한 자제하고 색을 사용하기 보다 자연스러운 색감을 이끌어내고 배우의 얼굴에 집중한 조명은 좋았다. 더불어 한국말을 한국말로 끊어내는 배우 김종구의 말하는 법도 인상적이다. 하지만 그 말하기는 십 분이 지나가 같은 리듬, 같은 높낮이로 시종일관하여 아무 매력이 없어졌지만 말이다.

 마지막으로 원주 숫자와 전구 숫자를 세고 앉았던 스스로에게 애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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