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을 믿자
생각해 보니 한국에서 극장까지 가서 티켓을 산 게 언제인지 기억이 안난다. 하지만 남아있는 기억을 되돌려 보면 박스 오피스에서 티켓 파는 사람들은 친절하든 불친절하든 어쨋든 도무지 믿을 수가 없는 사람들이었다. 심지어 좌석을 가장자리부터 내주는, 지금도 이해 못할 티켓 시스템을 본 적도 있는데 대체 왜? 어쨋든 그건 오래 전 이야기고 요즘은 어떻게 하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극장에 가서 봤을 때 가장 의아했던 부분은 각종 예매처에서 파견나온 사람들이 주르르 늘어서서 극장 로비가 티켓 찾는 사람들로 난장판이었다는 것 정도다. 티켓을 티켓 파크든 클립 서비든 어디서 사든 극장에서 예약한 표를 찾는 창구는 일괄적으로 정리할 수가 없는 무슨 꿍꿍이가 있는지 도무지 모르겠으나 로비 전체가 난장판이 되는 꼴은 볼만하지 않다.
여기서 ‘그들’을 믿자는 것은 극장 박스 오피스에서 티켓을 파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뉴욕의 극장 박스 오피스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다.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뉴욕의 극장에 관련된 노조는 배우 노조, 기술 노조, 오케스트라 노조… 등 외에도 박스 오피스 피플 노조가 있다. 이들이 바로 박스 오피스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다. 뉴욕의 극장 박스 오피스의 사람들이 친절하다고는 두 번 깨어나도 말 할 수 없다. 물론 여기서 박스 오피스 피플은 오프-브로드웨이 까지다. 오프-오프로 가면 드물게 연출가가 티켓 파는 장면도 본 적이 있으니까. 어쨋든 전문적인 박스 오피스 피플은 자신이 파는 티켓의 자리와 공연마다 달라지는 ‘좋은 좌석’의 위치를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원하는 날짜에 살 수 있는 티켓 가운데 가장 좋은 좌석을 추천해 준다. 물론 우선은 사려는 사람이 원하는 것을 우선 물어보고 그 안에서 어떤 선택의 여지가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 시점이 바로 그의 의견을 물어볼 시점이다. 그럼 네가 추천하는 자리는 어느 거? 그러면 그는 좌석마다의 장점과 단점을 설명해 준 다음, 단연 최고는 바로 여기! 하고 짚어준다. 물론 모두가 이런 건 아닌데 길든 짧든 과정은 비슷하다. 그렇다면 그의 추천 좌석을 믿는 게 좋다. 극장에 들어가서 앉아보면 안다. 물론 이 과정에서 그가 미소라도 보여주면 안심 되겠지만 실제로 이 사람들은 웃는 법이 거의 없다. 엄청나게 무뚝뚝한 사람들이지만 자세하게 물어보는 사람들을 지겨워 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티켓 주세요, 하고 그저 받아들고 계산하는 사람들을 좀 우습게 본다. 뭐냐, 주는대로 받냐? 너 이 공연 정말 보고 싶어 보는 거 맞냐? 하고 생각하게 되기 때문이다. 어쨋든 대체적으로 공연의 티켓 가격은 비싸다. 그렇기 때문에 최대한 할인 받는 방법을 간구하기 마련이고 아무리 할인된 좌석이라 해도 그 안에서 가장 좋은 좌석을 확보하는 것은 관객의 권리다. 그리고 그들은 그것을 매우 잘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마지막으로 주의할 점. 결코 Tkts 에 가서 이같은 짓을 하지 말 것. 그들은 그저 할인된 티켓을 되는대로 팔 뿐이다. 하지만 극장의 구조를 잘 알고 있다면 다른 선택의 여지가 있는지, 센터나 메자닌의 좌석이 남았는지 세세하게 물어보고 고를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Tkts에 줄을 서는 사람들은 극장 구조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그저 주는대로 받아 들 수 밖에 없다. 운을 빌 수 밖에. 뉴욕에서 살면서 공연 자체가 나를 배반한 적은 수도 없이 많지만 박스 오피스에서 티켓 파는 사람들은 나를 배신한 적이 없다. 그래서 나는 그들이 아무리 퉁퉁거려도 조금이라도 더 물어보기 위해 애쓴다. 결과는 가격대비 성능비로 나오니까.
raluca said,
April 9, 2008 at 10:22 pm
앗 멋집니다. 좋은 좌석의 위치를 정확하게 안다는 것.
마녀 said,
May 10, 2008 at 7:39 am
좌석 번호에 일종의 규칙이란 게 있어서 번호 보면 대강 알게 됩니다. 다만 서울에서는 극장마다 완전히 다른 방법으로 번호를 매기기 때문에 대략 난감…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