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May 28, 2008 at 12:39 pm (Uncategorized)

      나무와 사랑에 빠지는 것은 내 죄가 아니다. 아홉 살에서 열 살이 되는 길은 멀었다.  멀었고… 힘들었다. 십 년에 한 번씩 나는 가진 것을 모두 잃는다. 그리고 그 역시 내 죄가 아니다. 아홉 살에 시를 썼다. 누구나 그랬듯이 가을의 낙엽을 보며 마음이 아파 썼다. 기억이 잘 나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혼미’하다 해도 될 정도지만 기억나는 것은 ‘나는 죽음을 모른다’ 는 말. 아홉 살의 나는 죽음을 알지 못했다.

연휴 내내 해가 지나쳤다. 나는 사교적인 사람이 아니다. 사교적인 사람이기 위해 무던히도 애써왔지만 이제는 인정할 건 인정하고 살아야겠다. 나는 사람들을 만나는 게 싫다. 할 수 있다면 일본의 히키코모린지 뭐시긴지처럼 집 안에만 틀어박혀 인터네으로만 주문하고 누구와도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살고 싶다고도 종종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게는 살지 하는 이유는, 어이없게도 내가 나무와 사랑에 빠지기 때문이다. 그것도 특정한 나무에.

거기에는 나의 라일락이 있다. 해가 지나쳤던 연휴가 지나고 짧은 비가 해를 그치게 한 뒤, 나무를 방문했다. 비 그친 뒤의 나무 냄새는 첫 입맞춤과도 같은 설레임을 준다.  그리고 비에 젖은 라일락, 그 농염함이란…  그 앞에 한참을 앉았다 오는 게 무슨 죄란 말인가. 이 나무를 어찌 떠날까… 나는 아직도 죽음을 알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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