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라이온 킹 : 월간 디자인
디즈니와 줄리 테이머의 만남이 일으킨 뮤지컬 디자인의 혁명
뮤지컬 <라이온 킹> 원문 기사 보기
우리에겐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으로 익숙한 <라이온 킹>은 오랜 준비 기간을 거쳐 뮤지컬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엘튼 존의 음악과 드라마도 빼놓을 수 없지만, 동물 캐릭터를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재현해낸 놀라운 솜씨와아프리카 사바나의 정글을 환상적으로 재현한 무대 세트가 압권이다. 단순한 애니메이션의 재현에 그치지 않고 완전히 새로운 판타지를 만들어낸 뮤지컬 <라이온 킹>의 진정한 주인공, 디자인을 만나본다.
뮤지컬 <라이온 킹>의 진정한 주인공, 디자인
<라이온 킹>의 첫 장면은 브로드웨이 뮤지컬 150년의 역사상 가장 인상적인 오프닝 장면중 하나로 선정될 가치가 있다. 아프리카의 광활한 자연과 동물들이 평온한 아프리카의 초원에서 훗날 왕이 될 어린 사자 심바의 탄생을 축하하는 축제 분위기의 막이 열린다. 이 장면에서 눈을 뗄 수 없는 것은 바로 동물의 표현 방식이다. 기린을 연기하는 배우의 두 팔과 두 다리에 죽마를 연결하여 길이를 표현하고 기린의 목과 머리는 긴 모자처럼 머리에 써서 표현한뒤 묘기를 부리듯 우아하게 걷는 모습은 인간의 관절과 동물 관절의 특성을 정확히 이해해 예술적으로 양자를 결합시킨 대표적인 사례다. 네 사람이 각각하나의 다리를 연기해 크기에 대한 현실감을 부여한 코끼리, 수레바퀴를 이동시켜 회전하며 앞으로 전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가젤이나 배우가 연처럼 공중에서 돌리는 독수리 장대 등은 동물의 움직임을 나타내는 데 다양한 예술적 표현 방식을 도입하기 위해 창작진이 적지 않은 고민을 했음을 보여준다.
이렇듯 <라이온 킹>에서 동물 캐릭터를 표현하는 핵심은 얼굴을 드러낸 배우들이 직접 조종하면서 표현하는 동화적인 디자인이다. 이는 일찍이 연출가 줄리 테이머가 일본에서 오자와 세이지가 지휘한 스트라빈스키의 오페라 <오이디푸스 렉스>(1992)의 연출을 맡았을 때 이미 시험해 호평을 받은 적이 있는방식이다. 그전까지 줄리 테이머가 만든 가면은 배우의 얼굴을 가리는 고전적인 형식이었다. 세계적인 소프라노 가수이자 프리 마돈나인 제시 노먼의 얼굴을 이전과 같은 방식의 가면으로 가리는 게 아깝기도 했고, 무엇보다도 성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불가능했다. 하지만 가면을 포기하지 않은 줄리 테이머는 배우의 얼굴도 드러내고 가면도 제 역할을 하면서 배우들의 목소리와 표정에 가면이 오버랩되는 것을 원했다. 그 결과 가면을 얼굴에 쓰지 않고 로마군 투구처럼 얹는 방식으로 결정되었고 이는 4년 후 <라이온 킹>에 더욱 발전된 형태로 도입되었다. 따라서 관객들은 무파사, 스카, 심바, 날라 등의 사자 형상의 가면과 실제 배우의 얼굴을 동시에 보면서 동물과 배우로서의 인간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고정되어 있는 동물의 표정에 드라마틱한 감정을 불어넣는 것도 배우의 표정 변화로 얼마든지 가능해진다.
1 아프리카 사바나의 아침을 표현한 첫 장면. 커다란 태양이 떠오르면 키 큰 기린 두 마리가 태양 앞을 지나고 이어 치타와 가젤 영양들이 하나 둘 등장한다. 무대 디자인의 극치를 보여주는 장면 중 하나.
2 스카와 무파사가 대결하는 장면.
3 스카의 삐딱한 성격을 표현하는 의상 디자인 스케치.
4 위풍당당하게 표현된 무파사의 의상 스케치.
5 차분하고 집단적인 느낌을 주는 암사자 의상.
6 라피키는 얼굴 분장만으로 캐릭터를 표현했으며, 의상을 통해 개코원숭이의 특징과 체형을 명확히 보여준다.
배우와 인형이 합체된 캐릭터
배우의 두 다리를 앞다리로 사용한 얼룩말과 뒷다리로 사용한 치타에서는 얼굴까지 덮는 검은 옷을 입은 세 명의 인형사가 두 팔, 두 다리(혹은 네 다리) 인형을 조종함으로써 배우의 존재를 감추는 일본의 인형극 *분라쿠의 조종기법을 도입했다. 이 경우에도 얼굴은 드러냈다. 이렇게 배우와 인형이 동시에 하나의 캐릭터로 드러나는 방식은 얼굴 위에 가면을 쓴 사자의 표현 방식과 내적으로 동일한 콘셉트로 볼 수 있다. 또한 선악과 진화의 정도에 따라 인형의 외적인 표현 방식도 구분했다. 가령 사자 전체와 그들의 친구 티몬, 코뿔새 자주는 두 발로 걷게 해 직립인간처럼 우월한 권위를 부여한 반면, 하이에나 등 악역은 진화가 덜 된 네 발 달린 동물로 표현하고 있다. 심바의 친구 중 지능이 떨어지는 멧돼지 품바도 자세히 보면 뒷다리가 붙어 있다. 디즈니식의 권선징악의 주제를 시각적으로 단순화 하는 문제에 대한 디자인적인 화답인 셈이다. 품바, 티몬, 자주, 하이에나의 경우는 여타의 동물이나 사자 캐릭터와는 달리 배우가 매우 짙은 분장을 하고 있다. 이는 그들이 극중에서 희극적인 캐릭터라는 것을 암시하는 장치다. 첫장면에서 정글의 정신적인 지주이자 주술사로서 심바를 왕의 길로 인도하는 개코원숭이 라피키는 신비한 능력을 가진 존재임을 상징하기 위해 원숭이 인형을 부착하지 않은 채 배우의 얼굴 분장으로만 캐릭터를 표현하고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이렇듯 <라이온 킹>에는 총 230여 개의 실물 크기 인형과 그림자 인형 등이 출연한다. 가면은 종이나 점토로 만든 성형 위에 실리콘을 분사한 뒤 고무막이 형성되면 그것을 벗겨내고 마지막에 탄산 흑연을 사용해 제작한다. 만약 나무를 가면 재료로 사용한다면 배우의 연기에 지장을 줄 수 있을 정도로 무겁기 때문에 탄산 흑연을 재료로 선택한 것은 탁월했다.

1 무파사나 스카와는 달라야 하는 심바의 가면은 로마군 투구처럼 턱 부분이 없는 형태로 디자인했다.
2 10대가 된 심바의 의상 스케치.
3 줄리 테이머의 치타 스케치. 배우가 어떻게 인형과 한몸으로 움직이는지 알 수 있다.
4 인형 조합술로 만든 가젤 떼 스케치.
5 코끼리 무덤의 모형. 바닥 문양과 무대의 구조를 알 수 있다.
6 영양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
7 기린의 축소 모형. 배우의 팔과 다리에 죽마 같은 다리를 붙였다.
8 라피키의 나무가 나오는 무대 디자인.
동물 캐릭터의 특징이 드러난 의상 디자인
의상 디자인 역시 동물의 외관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이 작품에서는 각 배우가 맡은 동물의 특징이 그대로 의상 디자인에 도입된 경우가 많고, 티몬과 자주의 경우 서구의 전형적인 광대 복장에서 이미지를 차용한 흔적이 보이기도 한다. 이 작품에서 의상 디자인적인 특성이 가장 돋보이는 것은 암사자들이다. 암사자의 가면과 붙어 있는 의상은 형태나 컬러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데 10대의 암사자 날라는 몸의 곡선이 드러나는 의상을 통해 세대 차이와 역동적, 개성적인 이미지를 주는 반면, 어른 암사자의 경우에는 어깨를 완전히 덮는 망토를 입고 천에 각각 다른 문양을 새겨 보다 차분하고 집단적인 느낌을 준다. 심바와 날라의 환상 장면인 ‘빨리 왕이 되고 싶어’에 등장하는 상상의 동물 의상과 아프리카의 광활한 초원, 라피키의 나무를 표현하는 각종 막과 포털 세트에는 아프리카의 고유 문양이 곳곳에 숨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극적인 장면 전환을 이뤄내는 마술 같은 세트 디자인
<라이온 킹>은 복잡하지는 않지만 아이디어가 넘치는 무대 운용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장면 전환 시간을 적절히 활용한 그림자극은 강화 플라스틱으로 만든 캐릭터 그림 조각을 막 뒤에서 직접 조종하는 방식을 통해움직이며, 뒤쪽 무대가 전환되는 동안 관객의 시선을 집중시킨다. 같은 시간, 뒤쪽 무대에서는 가파르고 불규칙한 프라이드 록(무대가 되는 아프리카 정글)의 절벽을 상징하는 반나선형 케이크 모양의 세트가 360도로 회전하면서, 마치 거대한 나사가 조였다가 풀리는 형태로 순식간에 장면 전환을 이루어낸다. 리처드 허드슨이 디자인한 이 세트는 그가 이미 런던 국립오페라극장에서 베르디의 오페라 <운명의 힘>에 도입했던 것과 동일한 메커니즘이기도 하다. 이‘절벽’ 세트는 이후 같은 플랫폼에 얹혀진 ‘코끼리 무덤(하이에나의 본거지)’세트와 교체되어 공간을 변화시킨다.
세트의 마술과 같은 활용 예는 더 있다. 1막 후반에서 심바를 쫓는 들소 떼는 원근법을 적용해 디자인했다. 객석을 향해 돌진하는 들소 떼의 모습을 돌아가는 바비큐 통의 원리로 표현하는데, 이는 오래전부터 유럽의 극장에서 넘실대는 파도를 표현하는 데 사용하던 방법이다. 애니메이션에서 광활한 대지를 사실적으로 보여주었던 것에 대비되는 무대적인 해답이라 할 수 있다. 죽은 무파사의 환영을 연출하는 2막에서도 무파사의 얼굴 조각을 배우들이 하나씩 들고 나와 암전 상태에서 퍼즐처럼 맞추고 조명을 이용해 심바의 회상을 보여주는 장면이 나오는데, 세트의 기능성과 소품의 세부 묘사라는 특징을 모두 취하며 디테일이 살아 있는 정교한 디자인의 정수를 보여준다.
<라이온 킹>의 디자인은 결국 동양의 가면극이 가지는 기능성과 배우의 표현력을 극대화하는 서양적인 콘셉트를 적절히 결합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줄리 테이머는 서양인들에게 생소하고 낯설기 짝이 없는 동양의 가면이나 형식을 그들이 이해할 수 있는 아기자기하고 재미있는 놀이로 바꾸어놓았고, 그 대중성을 바탕으로 세상에서 가장 상업적인 공연 무대인 브로드웨이에까지 진출할 수 있었다. 한마디로 <라이온 킹>의 디자인은 동양의 시각에서 본다면 여전히 서구적이지만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인들이 공통적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범주 안에서 충분히 낯설고 아름답다.
기자/에디터 : 전은경
글/ 조용신(설앤컴퍼니 제작감독, <뮤지컬 스토리> 저자) 스케치 컷 제공: 지안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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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Times They Are A-Changin’
팝가수 빌리 조엘의 힛트곡을 가지고 만든 뮤지컬 <무빙 아웃>(Movin’ Out)으로 토니상 안무상을 받은 현대 무용가 트와일라 타프. 이 분이 새로 만드신 작품은 빌리 조엘에서 밥 딜런으로 바뀌었을 뿐 비슷한 포맷의 팝가수 뮤지컬이다. 제목 역시 <무빙 아웃> 처럼 힛트곡 제목이기도 한 밥 딜런의 <The Times They Are A-Changin’>
그런데 말이죠. 업계 통신을 종합해보니 현재 프리뷰 중이며 공연 개막(10.26일)까지 불과 보름만 남아있는 이 프러덕션에서 엄청난 뒷담화가 흘러나오고 있다는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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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enn Colella and Michael Arden in The Times They Are A-Changin’ (Photo © Craig Schwartz) |
첫 소식은 다름아닌 주연 여배우를 맡은 카렌 린 마누엘이 부상으로 캐스트에서 빠졌다는 것. 작년의 <스윗 채러티>의 악몽이 재현되고 있는 것일까. (차이가 있다면 스윗 채러티는 크리스티나 애플게이트가 다쳐서 프리뷰때만 언더스터디로 교체되었지만 이 공연은 열번의 프리뷰 직후 언더스터디를 맡고 있던 리사 브레시아로 아예 대체되었다는 것이다.)
사실 카렌 린 마뉴엘이 부상을 입기 이전에도 이미 총 열명의 배우 중 무려 대여섯명이 짤렸다고 한다. 그 중에서는 샌디애고 트라이아웃 공연때 여주인공을 맡았던 젠 코렐라도 포함되어 있다. 그렇다면 젠 코렐라는 왜 뉴욕 공연에 초대받지 못했을까? 물론 젠 코렐라의 인터뷰에 따르면 트와일라 타프가 뉴욕 공연 캐스팅을 앞두고 자신을 불러서 프로듀서들이 다른 여배우를 찾기를 원한다는 말을 전했다고 하는데… 음 과연 그럴까? 트와일라 타프 – 이분 나이가 환갑이 넘으신 할머니다. 그리고 현대무용계에서 이룰만큼 이룬 분이고 <무빙 아웃>으로 토니상도 받고 안될 것 같았던 흥행도 이루었는데 뭐가 아쉬워서 프로듀서 동생들이 들고 있어났다고 그걸 따라갈 분인가? 아마도 피비린내 나는 숙청의 장본인은 다름 아닌 이 사실들을 누구보다도 잘알고 있는 트와일라 타프일 가능성이 높다. 결국 젠 코렐라는 프로듀서들로부터 섹시함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짤렸다기 보다는 트와일라 타프가 원하는 이 작품의 ‘복잡하고 심오한’ 안무의 세계를 따라잡지 못해서 혹은 더 많은 이유로 눈밖에 난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에 빠진 카렌 린 마뉴엘은 정말로 부상 때문일까? (왜 내가 점점 찌라시 기자 투로 바뀌는 거야?) 브로드웨이 공연에서 여주인공으로 발탁이 되긴 했지만 이 언니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섹시함은 갖추었지만 밥 딜런의 목소리에는 맞지 않는다’로 요약된다. 이 작품은 <무빙 아웃>처럼 빌리 조엘을 꼭 빼닮은 가수가 있는 밴드는 위에서 노래부르고 댄서들은 아래에서 춤만추는 그런 ‘브로드웨이 발레’ 스타일이 아니라, 일반적인 노래와 연기, 춤이 있는 북 뮤지컬이다. <무빙 아웃>의 인기의 상당 부분이 춤을 추건 말건 빌리 조엘과 흡사한 목소리의 가수의 노래를 즐기는 일반 관객들 덕분이었다고 한다면 밥 딜런의 경우에도 그의 노래를 누가 부르느냐가 매우 중요할 것이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아무도 밥 딜런의 분신같은 역할을 하는 사람은 극중에 없다. (그렇다면 맘마미아?) 게다가 도중 하차한 카렌 린 마뉴엘은 소위 ‘질러’ 스타일이었다고 한다. 근데 밥 딜런 노래를 질러로 부르면 뭐가 되는거야. 그래서 마뉴엘에게 꼭 맞는 역할은 <위키드>의 녹색 마녀였다나…
또다른 뒷담화는 현재 프리뷰 중인 이 공연이 매일 조금씩 안무가 바뀌고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프리뷰 기간은 여러 시도를 할 수 있다.. 하지만 매일 그렇게 바뀌지는 않는다.) 안무가 출신인 트와일라 타프에게 안무는 드라마를 전달하는 직접적인 수단이기 때문에 매일 바뀐다는 의미는 스토리가 여전히 관객들에게 명쾌하지 않다는 것이다. 참고로 이 작품의 줄거리는 전쟁 시기에 정신장애를 겪는 아들을 데리고 다니는 서커스 단장이 운영하는 삼류 유랑 서커스단에 관한 우화같은 휴먼 스토리다. 그런데 이 부자가 각각 같은 여자와 잠자리를 하는 엽기 상황도 발생한다는데.
게다가 결정적인 뒷담화는 이 작품의 드라마가 총체적인 난국이라는 것이다. 대본 작가를 리허설에 오지 말아달라고 했는가 하면, 배우들 조차도 내용 파악을 다 못하고 있다는 엄청난 소식이다. 한 예로 얼마전에 배우중 한명이 트와일라 타프에게 무대에 등장하는 배가 상징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물었다고 한다. 그러자 그녀가 배우들을 향해 던진 말인 즉.
트와일라 : “OK people, what does the boat mean?”
배우들 : “…………………………….”
트와일라 : “Come on, people! It’s Melville. Melville!”
배우들 : “…………#%@#& ……….”
(다 아시겠지만 참고로 멜빌은 모비 딕의 작가인 허먼 멜빌, 근데 서커스단과 백경? 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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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ob Dylan |
게다가 밥 딜런의 원곡이 브로드웨이에 맞게 편곡되면서 원곡을 유추하기 힘든 정체불명의 스타일로 바뀌었다가 주변의 불만이 커지자 막판에 트와일라가 다시 포크송으로 바꾸도록 했지만 이미 타이밍을 놓쳤다는 풍문이 돈다.
이 사태에 개입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두 사람 뿐. 한명은 트와일라의 오랜 친구이자 이 작품의 연기 감독인 랠리 모스(힐러리 스왕크, 헬렌 헌트, 제이슨 알렉산더 등이 그의 레슨을 받은 사람들이라고 함) 또 한명은 바로 밥 딜런이다.
하지만 이 상황은 이미 랠리 모스의 손을 벗어난 듯한 분위기라고 한다. 게다가 밥 딜런은 트라이아웃 공연에도 딱 한번 공연을 관람했을 뿐이며 뉴욕에서 프리뷰가 열리고 있는 현재까지도 아무도 그를 극장 근처에서 본 사람이 없다고…
여기서 잠깐 우리의 씩씩한 코리안 앙상블 마커스 최! 어떡해~
P.S #1 : 이 공연이 예정대로 개막되면 제작비 전액에 해당하는 100억원의 사상 최악의 손실을 가져올 것이라는 예측이 있다. 하지만 <무빙 아웃>도 프리뷰 때까지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다가 개막 후 호평을 받았던 전례를 들어 트와일라 타프에 대한 무조건적인 지지로 흥행에 낙관적인 기대를 가진 사람도 있다.
P.S #2 : 이 작품의 트라이아웃에 여주인공을 맡았다가 정작 뉴욕 공연에서는 짤린 젠 크롤라는 같은 시기에 개막하는 다른 뮤지컬 <High Fidelity>에 캐스팅 되었다. 그런데 참 이 언니 남같지 않다 생각했더니 2003년 최악의 작품이었던 <Urban Cowboy>의 여주인공이었다는 사실. 갑자기 긴장된다. 인생이 새옹지마가 될지 X차 피하려다 XX차 만난건지는 곧 판가름이 날 듯.
P.S #3 : 밥 딜런은 1960년대 브로드웨이 뮤지컬에 대해 독설을 퍼부은 적이 있다. 뮤지컬 음악이 대중음악으로서의 왕관을 락음악에 넘겨주었던 그 당시 락계를 이끌던 장본인 중의 한사람 아닌가.
P.S #4 : 브로드웨이 공연 올라가기 힘들다지만 몇몇 사람들을 너무 믿고 일이 추진되다 보면 이렇게 나중에 빼도박도 못하는 상황이 나오는 경우가 가끔 있다. 몇년전에 피비린내 진동했던 <Dance of the Vampires>도 그랬다. 중요한 것은 창작진들의 의견 조율이 실패하면 십중팔구 작품은 실패한다는 점이다. 왜냐면 파트별 컨셉이 모아지지 않았기 때문에 무대에서 그 난맥상이 고스란히 객석으로 전달될 수 밖에 없다.
제작 과정이 총체적인 난국이고 공연도 대충 올라갔는데도 객석 반응이 뜨거운 경우는 거의 없다. 아니 그러면 안된다. 그런데 그 원칙이 한국에서는 통하지 않는 경우도 있더라. 그렇게 만들때부터 난리를 치고 고통을 준 사람들이 단지 특정 계층의 선호도 덕분에 매표 상황이 좋다고 작품이 잘나왔다고 평가받을 수 있는 것인가? 그냥 이번주에 열리는 2006 한국 뮤지컬 대상 시상식 후보작들을 보고 잠시 경악해서 사족을 덧붙인다…)
창작뮤지컬 : 컨페션
작년 한해 호평을 받고 현재도 장기 공연중인 뮤지컬 <밑바닥에서>의 왕용범 연출, <뮤직 인 마이 하트>, <폴 인 러브>, <살인사건>의 작가/연출가 성재준의 대본, TV 배우 출신으로 최근까지 <아이 러브 유>로 인상깊은 연기를 펼쳐 뮤지컬 배우로 거듭난 정성화, <그리스>, <드라큘라>를 통해 가창력을 선보인 여배우 윤공주 등 현재 뮤지컬 계에서 많은 기대를 받고 있는 제작진/배우들이 만든 창작 뮤지컬 <컨페션>이 개막했다.
<컨페션>은 ‘피아노 바’인 변두리의 레일로드 카페를 배경으로 웨이트리스로 일하며 가수를 꿈꾸는 스타지망생 김태연(윤공주 분)과 청력을 잃어가는 ‘베토벤 증후군’을 앓고 있으면서 자포자기의 마음으로 과거 무명시절 자신이 일했던 옛 카페를 찾아온 유명 가요 작곡가 이주현(정성화 분) 사이의 애틋한 사랑을 다루고 있다. 하지만 두 사람 사이에 이주현의 헤어진 옛 예인이자 그의 곡으로 스타 가수가 된 이혜미(최우리 분)가 다시 나타나면서 삼각관계가 형성되는데 결국 이주현은 새로운 사랑 대신 옛 사랑으로 돌아가게 된다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근래에 만들어진 창작뮤지컬 가운데서 보기 드물게 진지한 주제를 택하고 있다. 작곡가에게 가장 큰 형벌인 청력 장애를 가진 이주현과 가수가 되고 싶지만 기회가 없는 변두리 까페의 웨이트리스 김태연의 첫 만남과 그의 옛 애인과의 삼자 구도는 일단 설득력이 있다. 거대하게 재현한 무대 셋트와 카페의 컨셉을 살린 철길 셋트 역시 크지 않은 충무아트홀 소극장 무대를 가득 채워 포만감이 들게 한다. 박초롱의 음악은 최근 창작뮤지컬 중에서 가장 완성도 있는 좋은 선율을 가졌다는 점도 이 작품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극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몇 가지 무리수가 엿보인다. 무엇보다도 극의 무게중심이 분산되어 있다. 초반에는 김태연(윤공주) 중심으로 극이 진행되는가 싶더나 중반 이후에는 이주현(정성화)이 그 바톤을 이어받고 후반부에는 다시 뒤늦게 등장한 이혜미(최우리)에게 갑작스런 비중이 쏠린다. 특히 이혜미의 등장으로 삼각관계가 형성되고 이주현이 다시 그녀에게 돌아간다는 결말이 급작스럽게 느껴지지 않으려면, 그 결말을 유추할 수 있는 뮤지컬 적인 장치가 필요한데, 가령 초반부에 이혜미가 정말 실력 있는 가수라는 것을 뮤지컬 시퀀스로 보여준다든지 현재 이주현과의 헤어짐은 일시적인 것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는 암시적인 장면을 부가시키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든다.
앙상블들이 등장해서 환상 장면을 보여주는 방식에서도 문제점이 보인다. 가령 웨이트리스 김태연이 상상 속에서 스타가 되어 노래를 부르는 장면에서 다른 배우들이 완벽한 의상으로 갈아입고 그녀의 코러스 겸 백댄서 역할을 하지만, 노래와 춤이 끝난 후 현실의 카페로 돌아와서도 암전이 되지 않고 아무렇지도 않게 극이 진행되는 장면은 뮤지컬의 기초 문법에 이탈해있다.
시각적으로 아기자기함을 주는 철길은 -제작진이 의도했건 안했건- 객석에서 보면 무대(김태연이 갇혀있는 카페)와 객석(드넓은 바깥세계)을 정확히 구분하는 경계선의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극 중반에 느닷없이 카페 사장이 관객들에게 맥주를 나눠주는 장면에서 철길을 건너는데 이 행위에 대한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은 것 같아 아쉬움이 든다. 물론 이 부분은 PPL를 위해 극의 맥을 어쩔 수 없이 끊게 되는 장면이라고 생각된다.
극 전체적으로 카페 안에서만 머물게 되는 설정도 답답하게 느껴진다. 그러다보니 사랑의 진도가 더딤에도 불구하고 김태연이 카페안에서 밤을 새고 다음날 아무렇지도 않게 일하면서 다음 장면이 계속 카페로 이어지게 된다. 철길 역시 초반에는 레일로드 카페의 인테리어의 느낌이 강한데 후반부에 실제 야외의 철길로 변하는 장면에서는 조명을 비롯한 전체 분위기가 야외의 느낌이 들지 않아서 그나마 유일한 공간 이동의 재미가 희석되었다는 느낌이 든다.
인터미션 없이 100분간 극을 진행하는 방식은 극의 전체적인 흐름을 고려할 때 맞는 선택이라고 보여진다. 다만 주인공들의 미묘한 감정선을 노래로서 살리기 위해서는 다소 작품의 분량이 짧은 면도 보인다. 이혜미의 갑작스런 등장 이후 기본 구도는 삼각관계로 바뀌지만 그 이전에 이주현은 김태연에게 마음을 흔들릴 정도의 사랑의 감정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데 오로지 철길 장면 하나로 둘 사이가 급격하게 발전하기에는 설명이 다소 부족한 감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애초부터 둘 사이가 더 이상 가까워질 수 없는 운명으로 설정되었고, 그래서 바로 이주현이 옛 애인에게 쉽게 돌아가 버린다면 이 작품은 스토리가 빈약한 작품이 되어 버릴 것이다.
전체적으로 볼 때 <컨페션>은 좋은 주제와 설득력 있는 시놉시스를 가졌지만 작품의 컨셉과 무대 행위들이 묘하게 겉도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하지만 극중 비중이 높은 세명의 주연 배우들의 연기력과 가창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무엇보다도 장점이 크며, 최근 창작뮤지컬의 제작 붐을 이끌고 있는 제작진들이 계속해서 한국적인 주제와 설정을 찾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느껴지는 작품으로서 앞으로의 선전을 기대한다.
My 10th ‘Broadway Visit’ Anniversary
홈페이지를 블로그로 개편하고서 업데이트가 매우 매우 게으르다. 블로그를 자주 업데이트해서 방문하는 손님들을 실망시키지 않겠다는, 제대로 된 블로그 주인의 마인드가 거의 없는게 아닐까?
홈페이지를 처음 만들었던 8년전을(으음.. 벌써..) 돌이켜본다. 그때는 또 얼마나 부지런히 가꾸고 기름칠을 해댔던가? 수많은 사람들이 방문을 하고 여러 경로로 연락이 오고, 지금 내가 알고 있는 업계의 인맥도 그때부터 비롯된 것이다. 때로는 손님들을 오프라인에서도 만났고 그중 몇몇 사람들과는 여전히 연락하며 친하게 지나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2년전 뉴욕을 떠나는 싯점에 모든 게 달라졌다. 홈페이지에서 가장 공을 들였던 컨텐츠인 뉴욕의 극장가 소식은 더 이상 예전처럼 적극적으로 업데이트 하지 않았다. 뉴욕에 살던 7년 동안 때마침 한국에 불어닥친 뮤지컬의 광풍. 오 장난 아니었다.. 그때 업데이트한 많은 정보들이 그 기간동안 실로 많은 업계 관계자분들에게 읽혀졌다고 들었다. 그중엔 말없이 퍼가서 본인의 업무에 고스란히 활용한 분들도 계시고… 물론 개별 작품에 대한 감상을 제외하고 브로드웨이 뮤지컬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의 80%는 책에 썼다. 사실 2004년초에 책을 준비하면서부터 홈페이지 업데이트는 뜸해졌던 것 같다.
그런 책이 출간될 수 있었던 사실만 해도 고마웠다. 하지만 그 책이 나온 순간 우리가 그간 수년 동안 고민하고 정리했던 것이 상품으로 나옴으로 해서 이제는 확실하게 더 이상 그런 정보들이 고급 정보의 영역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을 뜻하기도 했다. 그 이후에 정말로 많은 단순한 질문들이 게눈 감추듯 줄었다. 하지만 뮤지컬의 광풍 속에서 정말로 한국에서 브로드웨이가 가까워졌을까? 그렇다고 말할 수가 없다. 오히려 뮤지컬의 활성화가 갑작스럽게 가져온 그 과실의 향기만을 즐기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예전 같으면 아예 몰라서 기초부터 자료 조사를 통해서 공부를 했을 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이제는 이러한 정보들로 벼락치기를 한 후 상황을 오판하고 그것이 옳다고 잘못 믿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공연은 영화가 아니다. 그때 그 순간에 그 자리에 있지 않았으면 제발 입을 닥치시오.
이야기를 다시 돌려서 짧은 자문자답. 근데 내가 왜 떠났던가? 좀 더 스테디한 일과 돈을 위해서. 귀국을 앞두고 막연하게 한국의 뮤지컬계가 발전하기 위해서 크리에이티브한 마인드를 가진 인력들이 늘어나고 그 체계적인 제작 시스템도 도입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이제 그동안의 경험을 업무로 연계시키게 되었으니 일종의 사명감을 가지고 일해보자는 생각도 있었고 유학생활 내내 어려웠던 경제 생활을 타개하기 위해서 선택한 이길. 하지만 몸을 담그면 담글수록 알면 알수록 왜 만족감은 옅어만 가는 것일까?
이제 예전처럼 좋은 공연을 홈페이지를 통해서 좋다고 말하기가 어렵다. 그 이유를 설명하자면 사실 우습지만.. 좋다고 열심히 열변을 토해가며 소개했던 공연이 어느 순간에 허접한 라이센스 공연으로 서울의 한 공연장에서 난데없이 올라와서 처절하게 패퇴해가는 모습을 지켜봤기 때문이다. 그럴 때는 어쩔 수 없는 아쉬움과 함께 일말의 책임감을 느낀다. 물론 아무도 나에게 뭐라 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어떤 사람이 나에게 왜 블로그를 이글루나 네이버를 쓰지 않느냐고 물은 적이 있다. 그럼 방문자가 많이 늘텐데… 왜 아무도 모르는 wordpress를 쓰는지…하면서 말이다. 글쎄. 같은 이유에서다.
내가 지금보다 좀 부지런하다면 한국 뮤지컬 계의 음울한 미래에 대해 사람들과 이야기 하고 싶다. 충무로의 뮤지컬 열풍도, 원소스 멀티유즈의 뻔한 허상도, 프러덕션의 이해와 깊이는 없고 주변부의 가쉽만 남은 공연 리뷰, 말도 안되는 리딩과 쇼케이스 결과물들. 하지만 어떡하나. 나 게으르거든. 혼자 노는 거에 익숙하다고 했다. 대신 뉴욕을 떠난 후 뮤지컬 DVD를 모은다. 물론 이 취미는 오래가지 못한다. 대략 200개 정도만 모으면 모든 게 끝난다. 지금은 절반쯤 왔나? 물론 공연은 영화가 아니다. 극장에서 못푸는 한을 이렇게나마 푸는 것을 뿐.
나는 마녀가 뉴욕에서 내가 이루지 못하고 배우지 못한 더 많은 것들을 나를 대신해서 마저 배우게 되기를 기대한다. 뮤지컬을 좋아하게 된 이상, 앞만 보고 달렸으면 좋겠다. 자기 쇄신을 하지 않는 사람은 멀리하고, 실력은 헬스 키친의 타운하우스인데, 말로는 아발론 아파트 옥상에 가있는 초조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과는 정기적으로 인간관계의 리셋 버튼을 눌러야 한다. 그리고 잘 팔리는 수만 가지의 이야기가 널린 그곳의 정기를 내 몫까지 받았으면 좋겠다.
어느덧 뉴욕을 처음 갔던게 지난주로 꼭 10년이 되었다. 방문하는 것만으로도 나의 인생은 그렇게 바뀌었다. 이제 새로운 decade를 맞아 어떤 목표를 삼아볼까?

Jonathan Pryce in Dirty Rotten Scoundrels

왼쪽부터 Norbert Leo Butz, Jonathan Pryce, Rachel York
프로듀서스에 이어 내가 사랑하는 뮤지컬 코미디 Dirty Rotten Scoundrels. 사실 작년 한해 이 작품과 The Light in the Piazza, 두 작품으로 인한 포만감으로 일년을 버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을 것이다. (Spamalot도 있었지만 그건 포만감이 넘친 나머지 먹었던 걸 다시 확인한 경우라고나 할까…)
오리지널 존 리스고우 아저씨 후임으로 들어온 배우는 다름 아닌 조나단 프라이스 그래서 할 수 없이 지를 수 밖에 없었다. 물론 절묘하게 막판 인터넷 할인 정보를 이용해서 절반값에 극장에서 제일 좋은 좌석에 앉는 행운까지… 존 리스고우가 뻔뻔함에 침튀기는 파워까지 갖춘 사기꾼이라면 조나단 프라이스는 미워할 수 없는 -극중 대사처럼 아무리 해도 uncharming이 될 수 없는- 그대 품에 안겨 영원히 속고 싶은 느낌을 주기까지 하는 사랑스러운 사기꾼을 연기하셨다.
<미스 사이공> 초연 당시 엔지니어를 맡아 ‘아메리칸 드림’을 뇌쇄적인 허리돌림으로 잘소화해냈다는 사실은 이미 영상 자료로 확인했지만 런던의 <나인> 초연때 맡았던 귀도 역은 영상 자료조차도 본적이 없어서 영원히 궁금할 것 같고, 영화 <에비타>에서 아직 팽팽하던 페론 대령의 얼굴을 더이상 기대할 수 없는 초로의 신사로 변해가고 있지만 그를 무대에서 직접 보게 된건 행운이었다. 왜냐면 지금은 캐스트가 또 바뀌어 이 작품에서 조나단 프라이스를 다시 볼래야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올해는 작년에 비해 전반적으로 포만감을 기대하기가 매우 어려운 한해가 되고 있는거 같은데 할 수 없이 조나단 프라이스 포스터라도 뜯어먹으며 이 허기짐을 달래야 되겠다. T.T
Spelling Bee @ Circle in the Square
말장난, 아니 정확히 말하면 단어 장난. 하지만 그것으로도 뮤지컬은 만들어질 수 있었다. 누가 뮤지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음악이라고 했던가? (바로 나! ㅋㅋ) 이 뮤지컬의 스타는 바로 작가 레이첼 셴킨이다. 그의 펜끝에서 뿜어나온 단어들은 작곡가의 콩나물 대가리를 저쪽에 멀리 치워버렸다. 뮤지컬을 보면서 이토록 음악에 신경을 안쓰고 본 적도 별로 없는 것 같다. 대본에 대한 칭찬인가. 당연하지. 그럼 음악에 대한 실망인가? 그건 아니다. 하지만 윌리엄 핀의 음악은 비록 작곡가들에게 전범이 될 수 있을지 몰라도 관객의 마음을 파고들지는 못한다. 그의 음악은 ‘그를 위한’ 음악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대체 왜 발전이 없으시냐고…

극장에 갔다가 마시 박(사진)역의 데보라 그레익 대신 다른 배우가 나온다는 공지를 보고 주저없이 발길을 돌렸다. 여기까지 왔는데 한국계 입양아 출신으로 브로드웨이에서 한국계 미국인 학생역을 맡았다며 한때 한국의 매스컴의 한켠을 장식했던 그의 활약을 못본다면 얼마나 억울한가.
결국 다음날 공연에서 그를 보게 되었다. 예상대로 그의 연기는 신들렸다. 뽕맞고 작두를 타는 기운도 느껴졌다. 어려서 한국에서 입시지옥을 경험하고 너무 억눌려 살다보니 정신적으로 약간 문제있는 아이 역이라는 식으로 소개가 된 기억이 나는데, 내가 보기엔 그냥 ‘또라이’다. 어찌나 실감나게 연기를 하는지 이 또라이가 자기 차례가 되면 무슨 사고를 칠까 긴장하게 되더라는.. 혼자 원맨쇼를 하는 장면에 이르러서는 탄성이 나왔다. 이 배우는 앞으로 올라가는 일만 남았다.
철자법 경시대회에서 출연하는 학생들의 대회 모습과 각자의 독백을 보여주는 장면으로 나뉘어 있는 이 작품은 어찌보면 외형적으로 너무나 뻔한 구성을 가졌다. 극장이 서클 인 더 스퀘어니 무대 장치에 대해 일찌감치 포기하고 갔을테고 (무대에 풀장을 만들지 않는 한) 작은 스테이지에 많은 객석. 오히려 좋은 조건이 아닌가? 제임스 라핀의 연출은 좋았다. 그 환경에서 나름 최대치를 뽑아냈다고 생각한다.
그날 그날의 관객중에서 공연에 함께 참가하는 스펠러들이 네명 있는데 그중 한명은 내 바로 옆자리 남자, 또 한사람은 내 바로 앞자리 여자였다. 이 두 사람이 극의 중반까지 무대에 있느라 빠져주니 어찌나 내 자리가 편하던지…
재미있었던 건 원래 대본대로 어느 싯점에서 탈락되어야 할 관객 스펠러가 예상을 뒤엎고 맞추는 바람에 (그것도 10대 초반의 여자아이였는데 거의 찍어서 맞춘 분위기) 배우와 객석 모두가 뒤집어졌다. 난감한 배우들.. 대본에 의하면 다음 차례는 다른 배우가 무대 중앙에 나설 차례인데 다시 그 여자 아이 관객을 불러놓고서는 난생 처음 듣는 단어를 내어 기어이 떨어뜨렸다. 보통은 스펠링 전체를 다 듣고 나서 맞았다 틀렸다를 말해주는데 이번에는 여자아이가 ‘X’라고 입을 떼자마자 출제자 역의 배우는 ‘C로 시작해 땡!’ 이렇게 바로 퇴장시켰던 것이다. 오늘의 교훈 – 쇼는 필요 이상의 에드립은 허용하지 않는다.. 왜냐면 쇼는 ‘각본대로’ 계속되어야 하므로.
Hot Feet @ Hilton Theater

Hot Feet, a new dance musical conceived by Maurice Hines, featuring music and lyrics by Maurice White, and directed and choreographed by Maurice Hines
흙, 바람 그리고 불 – 십대 시절부터 즐겨들었던 수많은 주옥같은 밴드들의 음악처럼 그들은 영원히 늙지 않는 줄 알았다. 하지만 이들의 외모를 확인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십수년전 이미 전성기가 한참 지난 뒤 그들의 영원한 안식처 일본에서의 공연 실황을 NHK 위성방송에서 우연히 본 것이었다. 가요무대를 즐겨보시는 아버지와 내가 다른게 무엇이더냐. 출연자의 연령대는 어차피 비슷한데…
두 유 리멤바~로 시작되는 셉템바~ 등 주로 ‘바’로 끝나는 단어를 많이 쓴 힛트곡(으음…)을 발표해온 Earth, Wind & Fire의 주옥같은 힛트곡을 엮어서 만든 뮤지컬 Hot Feet. 오랫만에 쇼의 오프닝과 함께 결말을 예상할 수 있었고 불행히도 그 예상이 정말로 맞는 작품을 만났다.. 분홍신에, 페임에, 42번가에 종합선물세트. 그래도 다행이다. 풋루스는 없어서… 어떻게 이렇게 70년대의 정서를 그대로 전달할 수 있단 말인가. 너무 현실적인 촌스러움과 무대 장치들까지 오로지 일부러 일관된 컨셉으로 설정하지 않고서야 원 이럴 수는 없다.. 게다가 요즘 또 흑인 뮤지컬이 칼라 퍼플 밖에 없다보니 한직을 돌고 있는 흑인 댄서들 총출동 분위기.
비록 포 시즌즈의 음악이 뮤지컬 저지 보이즈로 한참 뜨고 있지만 이미 작년과 올해에만도 존 레논, 엘비스 프레슬리, 비치 보이즈의 뮤지컬이 장렬하게 산화해갔다. 미국의 팝 뮤지컬도 이제 성공과 실패의 공식이 점차 드러나는 것 같다.
‘totally new’ Sweeney Todd
Eugene O’Neill Theater, Jun 27th, 2006 @ 8pm
이번에 새롭게 리바이벌 된 패티 루폰과 마이클 세브리스 주연의 스위니 토드. 그것보다는 연출가 존 도일의 스위니 토드라고 하는게 더 맞겠다. 10명의 배우들이 한발짝도 무대 바깥으로 나가지 못하고 연기와 노래는 물론 악기 연주까지 해내야 하는 존 도일의 연출은 확실히 배우를 힘들게 했을 것 같다. 하지만 그 부산한 움직임속에서 강렬하고 정제된 연출 미학을 엿볼 수 있었다.
비록 세명만이 살아남고 출연자 모두가 죽는 비극중의 비극인 원작이지만 이번 리바이벌 버젼에서는 그 죽음마저도 새롭다. 죽었던 배우는 피묻은 흰 가운을 갈아입고 천연덕스럽게 일어나 연주를 계속하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비극속에서도 그 특유의 위트와 라임의 조화속에서 끊임없는 웃음을 선사한다. 거기에 존 도일은 배우들의 노가다를 통해 또다른 즐거움을 선사했다. 죽어도 죽지않는 불멸의 캐릭터들.. 멋지다.
서울의 궁정동에서 경제개발과 계집질에 불철주야 애쓰던 한 독재자가 머리에 총을 맞고 피를 흥건히 방석밑에 적시고 있을때, 이 작품은 뉴욕에서 막이 올라 극중 출연자들이 사정없이 죽어나가며 피를 양동이 채 흘리고 있었다. 이제 당시 공연 실황이 DVD로 발매되어 절찬리에 판매중인데다가 오리지널 연출 무대도 몇년을 주기로 뉴욕 시티 오페라에서 리바이벌되고 있다. 게다가 전혀 새로운 존 도일 버전은 현재 브로드웨이에서 볼 수 있다. 정말 유감스럽게도 이제 점점 스위니 토드가 왜 가장 뛰어난 뮤지컬 작품인지에 대해 의견을 피력하기도 지친다. 내가 피력한다고 또 이런 걸작이 나올거라면 몰라도..
70살이 넘어서 비로소 브로드웨이에서 토니상 연출상을 받으며 인정받은 늦깍이 중의 늦깍기 연출가 존 도일. 그의 올해 토니상 연출상 수상 멘트는 그래서 절절했다. ‘성공하고 싶은가? 당신은 결코 늦지 않았다. 왜냐면 내가 그 살아있는 증거이기 때문이니까.’ 존 도일 아저씨 아니 할아버지의 건투를 빈다. 물론 2008년에 <컴퍼니>를 같은 버젼으로 리바이벌 한다는 뉴스에는 사뭇 긴장이 되지만…

다시 본 Avenue Q
Golden Theater, Jun 25th, 2006 @ 2pm
2003년 로컬 컨셉의 젊은 감각으로 무장되어 있는 흔치 않은 작품이 오프를 거쳐 브로드웨이에 올랐다. 그리고 이듬해 토니상에서 ‘위키드’를 밀어내고 작품상까지 따냈다. 오프닝 당시 트렌드를 매우 심하게 타던 이 작품이 몇년이 흐른 후에도 그 촌철살인의 유머가 유지될 수 있을까 생각했지만… 끊임없이 웃겼다.
인터넷이 Porn 이란건 상식이지만 여전히 기발하다. 하지만 조지 부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선에 성공했다, 로어 이스트 사이드도 이제는 얼마나 힙한 주거지역으로 떠버렸는지 모른다. 하지만 ‘Fame’이 못사는 애들이 예술로서 성공한다는 70년대 미국판 새마을 운동 분위기를 대변했다면 Avenue Q는 70년대 세서미 스트릿의 우화를 끌어들여 모든 인종, 계층이 미래를 함께 꿈꾼다는 것으로 하나되는 2000년대식의 유토피아를 꿈꾸고 있다.
한국 공연을 대비해서 무대와 하우스 전반을 유심히 봤다. 인형을 모두 다 들여오기만 한다면 PDP, 극장 기술, 밴드룸 배치, 모든게 쉬워 보인다. 서울엔 이보다 나은 조건을 가진 극장이 많다. 하지만 그 브루클린 풍의 셋트 디테일과 인형 연기는 쉽지 않은 과제가 될 것 같다. 물론 도전하는 건 즐거운 일이다…
사진과는 달리 오리지널 배우들은 이제 거의 새로운 배우들로 대부분 바뀌었지만 오히려 무명이었던 오리지널 배우들보다 기량만 본다면 연기와 노래, 퍼펫이 모두 다 되는 배우들로 채워졌다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이 작품에서 음악이 없었다면 그렇게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을까? 이 작은 무대에서 이렇게 다양한 것들을 꺼내놓으면서, 아기자기하게 모든것을 활용해가며 우리를 즐겁게 한다.
Broadway Under The Stars 2006
지난 월요일 저녁에 브로드웨이 스타들이 벌이는 야외 무료 콘서트 “Broadway Under The Stars” 공연이 열렸다. 주말 내내 빗줄기가 오락가락 하는 날씨 때문에 취소 우려도 많았던데다가 시차적응에도 실패해서 그 시간에 자느라 가보지는 못했지만 올해는 해롤드 프린스 특집이었다. 작년에는 엡/칸더, 사이 콜먼 특집으로 레파토리 겨우 채웠는데.. 올해는 ‘할’ 할아버지 한분으로도 같은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사실 이분의 작품만으로도 앞으로 3년간은 프로그램 채울 수 있을걸. 올해 토니상 공로상을 받음으로서 트로피의 숫자는 21개가 되었다고 하심.
미어터지는 브라이언트 파크에서 센트럴 파크 Great Lawn으로 옮긴것도 올해의 새로운 시도. 사실 우리도 브라이언트 파크로 알았으니까 만약 갔었다면 매우 허탕칠 뻔 했다. 현장에서 못봤으니 WCBS-TV에서 1시간으로 편집한 방송하는 것이라도 꼭 녹화해서 챙겨봐야겠다. On Saturday, July 15, 2006 @ 7 p.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