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어져?
예를 들어보자. 십대 소녀가 있어. 그런데 벌써 결혼할 남자가 있지. 게다가 그는 중년 돌입. 그런데 미처 결혼도 전에 이 소녀가 임신을 했는데 약혼자는 손도 안댔다지, 이 소녀는 아직도 처녀라고 우기지 미치겠는 거야. 말하자면 십대 미혼모가 될 판인데, 이 십대 왈 자신을 임신시킨 건 가브리엘 천사 아니면 하나님 그 자신이라는 거야. 물론 처음 본 사이지. 잠깐, 그러면, 강간? 아니면 보자마자 눈 맞은 거네? 제리 스프링어 쇼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케이스로군. 문제는 이 소녀가 이천 몇 년 전에 아기를 낳은 버진 메리라는 거야. 자 버진 메리가 아들을 낳았어. 중년인 남편은 그동안 십대인 아내에게 손도 안댔다더군. 어쨋든 낳았어. 이 아들이 서른 셋이 되어 죽을 때까지 여자랑 한 번도 안 했다는 거야. 어머, 그렇지, 게이네? 뭐 그런 거지. 문제는 이 아들이 예수라는 것 정도랄까. 뭐 그런 거야. 그래, 너라면 믿을 수 있어? 제리 스프링어 쇼를 보면서 미국놈들 개말종 새끼들 하고 욕하잖아. 그런데 뭐 스토리가 딱 그렇네. 누가 그러드라. 믿어지는 게 바로 ‘은사’라고. 나도 그렇게 생각해. 정말로 ‘특별한’ 은사야. 제리 스프링어 오페라는 바로 그런 얘기야. 신이 존재할 수도 안할 수도 있어. 하지만 역시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종교 집단이 권력인 건 구역질 나거든. 그래도 하나 즐거운 건, 이젠 우리는 아무도 교회의 시위를 두려워 하지 않아. 아, 두렵긴 뭐가. 오히려 너무 신나. 훔쳐 먹는 사과가 더 맛있고 하지 말라는 수영이 더 신나는 톰 소여 일당의 밴 하퍼처럼 우리는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지만 악마의 작은 공범자가 되어 낄낄 웃으며 공연장으로 들어갈 수 있게 되었어. 그러니 부디 앞으로도 잘 부탁해, 시위대 여러분. 재공연 때도 잊지 말고 찾아 주기야.
고민…
패트릭 스튜어트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의 연기를 바로 눈 앞에서 본다면야 그의 듣기좋은 잔잔한 목소리를 침 맞아 가며 다 즐길 수 있겠지만 실제로 천석이 넘는 극장에서는 맨 앞자리도 맨 뒷자리만큼이나 괴롭다. 하지만… 하비 극장이라면 얘기가 달라지는데, 이곳이라면 단연 앞자리 불사. 문제는 역시 패트릭 스튜어트다. 런던에서 이 양반이 바로 이 공연을 하고 있었다. 런던의 짧은 일정 가운데 이 양반의 맥베스를 볼 이유는 전혀 없었다. 나는 이미 이 양반의 약한 발성에 학을 뗀 적이 있다. 해롤드 핀터의 The Caretaker 에서 이 양반이 바로 그 ‘늙고 더러운’ 노숙자 영감이었다. 어찌나 실망을 절절하게 했는지 노인네에게 박수 쳐줄 기운이 남질 않았었다. 그런데 맥배스라… 그것도 리미티드 공연이다. 함께 온 배우둘은 RSC 배우들이다. 지난번처럼… 다른 공연자들을 믿고 봐야 하나. 문제는 이거 또 패트릭 영감 나온다고들 아주 환장을 하며 달겨들어서 이렇게 고민하다가 표가… 표가 사라진 뒤에는 후회해도 늦는다는 웃긴 사실. 아니 … 뭐랄까… 봐야지. 가끔… 런던에서라면 열외가 될 작품이 뉴욕에 와서 봉이 되는 꼴을 보는데, 이것도 그렇다. 뱀은… RSC 의 뒷구녕으로 정녕 전락하기로 결심했냐? 가지고 와도… 너무 돈 되는 걸로만 가져오려고 하는 그 속셈이 너무 빤히 보여. 게다가 RSC 도 기획 자체를 돈되는 기획으로 잡는다. 원래 안그랬다고는 말 못해도… 요즘은 뱀과 함께 너무 짜고 치는 고스톱에 판돈 거드는 찜찜한 기분 어쩔 수가 없다.
사진은 뉴욕 타임즈, The Caretaker
흠… 20분 전? 장난하냐?
New Off Broadway Discounts
The Off-Broadway Brainstormers, a group of theater professionals who have been meeting for the last year, have announced that from March 4 to 11, any tickets remaining 20 minutes before curtain time at 27 participating Off Broadway shows will be available for $20.
Among the participating attractions are “Jewtopia,” “Gutenberg! The Musical!” and “The Voysey Inheritance.” A complete list is on offbroadway.com.
작품 리스트 : 때려쳐! 다 본 거잖아! 라고나… 아, 빈정 팍 상해. 아니지, 본다 본다 하고 안 본 판타스틱스나 이 김에… 허이구. 나참. 그러고 보면 아무도 모르는 프리뷰 이틀째 날 두 명 출연하고 한 명 피아노 치는 구텐베르그를 관객 스무명과 함께 앉아 배꼽을 잡으며 봤구나. 요즘 공연 보는 게 좀 뜸했는데 그래… 보는 게 남는 거다. 보자.
Participating 20at20 Shows
역시나 무대는 배우의 것
늘 안젤라 랜즈베리는 ‘아담 사이즈’ 배우라고 생각했던 것은, 그녀의 동그란 얼굴과 동그란 눈 때문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제시카의 추리극장 정도로 알려져 있지만 내가 이 아줌마를 처음 본 건 나로서는 상당히 오래 전의 일이다.
언제냐 하면 진짜 어렸을 때 삼촌과 함께 극장에 가서 이 삼손과 데릴라를 봤거든. 그 때 데릴라 역에는 어딘지 비비안 리를 연상케 하는 배우가, 삼손 역에는 썰어 열 두 접시 입술이 너무 부담스러운 사극 전문배우(내 멋대로) 빅터 매춰(이름부터 마쵸셔!!) 였는데, 안젤라 렌즈베리는 그 삼손의 정실부인(?) 역이었다. 짧게 나왔지만 꽤 비극적이었고, 삼손이 데릴라를 가볍게 콧웃음을 쳐 넘길 정도로 순수하고 아름답고 지고지순하고… 뭐 그런 역이었는데, 동그란 눈과 전혀 미녀라고 볼 수 없는 얼굴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어쨋든 기억의 심연 너머로 가라앉아 있던 이 아줌마에 대한 기억을 다시 소환한 것이 제시카의 추리극장과 날으는 침대(?) 뭐 그런 뮤지컬 영화였다. 여기서 안젤라 아줌마는 이미 할머니 분위기였고 눈빛이 대체 마녀일 수가 없지만 어쨋든 착한 마녀 아줌마로 애들 세 마리(두 마리?)와 툭하면 삐지는 아저씨 한 마리를 침대에 태우고 웬 모험을 떠나는 황당 스토리. 서양 동화에 워낙 침대 타고 날르는 종류가 많은데 그 계보를 잇는 작품 가운데서는 꽤 명작작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결국 나는 이 아줌마를 경배하게 되었는데, 바로 스위니 토트의 러벳 부인 역 때문이다. 그 온갖 욕망의 진창에서 이 아줌마는 스위니 토드에 품위를 부여했다. 이 아줌마가 하면 뭐든지 다 용서가 됐다. 사람 잡아 파이 만들고 짝사랑한 사내를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해 마누라가 죽었다고 거짓말을 하고(심지어 미친 마누라가 매일 파이집 근처를 배회하고 있음에도!) 살인한 남자를 으깨 파이를 만들면서도 그 남자의 하인에게는 또 상냥하게 대해주는… 대체 이런 복잡한 인물을 어떻게 … 이토록 유머러스하고 다정하게 그릴 수 있단 말인가. 안젤라 아줌마가 아니고서는! 어쨋든 브로드웨이의 보배와도 같은 이 아줌마….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시길 빈다. 바로 옆에서 뵈니, 어찌나 키도 크시고 그 연세에 팔등신이시던지, 젊은 시절 ‘예쁘기만 하고 특징이 없는 배우’였다는 사실이 비로소 이해됐다. 딴 건 몰라도… 몸매 하나는 발군이셨을 듯. 게다가 그 쭉 편 허리… 긴 목… 사람 잡더군.
그 옆에서 안젤라 렌즈베리에게 감사의 입맞춤을 건네는 분은 조지 헌. 스위티 토드의 그 분이다. 살도 많이 빠지고 얼굴도 많이 늙으셨지만 스위니 토드의 그림자 따위는 찾아 볼 수도 없을만치 유머러스하고 인생을 긍정적으로 살고 계셨다. 그리고 그 목소리! 아아… 그 목소리… 는 정말 변하지 않으셨음. 사랑해요, 두 분. 오래 오래 건강하세요. 조지 헌 아저씨가 어깨에 손을 둘러주신 그 코트는 앞으로 빨지도 드라이 하지도 말까보다. ㅋㅋㅋ
드디어…
Lion King의 단체 할인 판매가 시작됐다. 가격은 이 바닥 가격으로는 꽤 비싼 30불. 개막한지 고작 3년째인 위키드와 자존심 한 판을 벌이기에는 좀 무리가 있지 않나 싶은데 그 참. 어쨋든 디즈니가 꽤 빨리 포기했던 아이다가 15-25불 수준이었고 오리지널 캐스트가 빠져나간 드뤄지 쉐펄론이 같은 수준이었던 것에 비하면 꽤 비싸다. 아직 티켓 뿌리는 숫자는 많지 않지만 퍼블릭 스쿨부터 시작되었으니 올해 말 정도에는 학생들 뿐만 아니라 학부모들도 그 혜택을 꽤 누릴 수 있지 싶다. 이런 단체 할인은 공연을 올리는 극장/기획사 측에서 직접 퍼블릭 스쿨에 제공한다. 자리는 당연히 오케스트라가 아니라 발코니 뒤쪽이지만 어쨋든 스탠딩이 15-20불이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감지덕지. 최근에는 라이언킹의 스탠딩 티켓도 구하기 어려워졌다. 왜냐하면… 매진이 안 되는 바람에. 스탠딩 티켓의 판매 규정은 ‘매진’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라이언킹 10년간 잘 우려먹었다. 오페라의 유령도 십 년 우려먹고 퍼블릭 단체 돌리고 기업체 할인권 돌리는 온갖 경로를 다 거친 뒤에 결국 Tkts에 나왔었으니 곧 할인창구에서 왕사자 만날 수 있을 듯. 물론 할인 티켓이나 단체 티켓을 발행하기 시작하는 게 작품 자체의 수준이 떨어졌다는 뜻은 아니다. 비록 초기의 해더 해들리가 날라 했던 그 시절의 퀄리티로는 돌아갈 수 없는 건 맞지만 말이다. 이건 그저… 시간의 문제다. 볼 사람 다 본. 가족 뮤지컬이란 게 일단 대박 터지면 온 가족이 500불 쾅 깨서 보러 가지만 다시 또 500불 쾅! 하는 일은 거의 없다는 게 롱런의 문제라면 문제다. 물론 가족 관객보다는 성인 관객들이 훨씬 많긴 하다. 미녀와 야수를 내리고서까지 올리는 인어공주가 물 먹으면 디즈니 왕국도 남는 거라고는 왕사자 뿐이구나. 메리 포핀즈는 꽤 성공적이지만 이건 맥킨토시와의 합작, 이라기 보다는 맥킨토시의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받아들인 거라서. 거기에 타잔은… 꽤 한심한 수준이라 이것도 내심 빨리 포기했더만. 쥴리 테이머 아줌마가 작년에 이태리 프러덕션을 더 삐까번쩍하게 포장해서 내놓았던 메트의 ‘마술피리’는 올해 가족용으로 또 다시 손질을 거쳐 무려 엉어로 부르는 압축 ‘마술피리’로 거듭나서 작년 시즌에 이어 올해도 매진대박. 하지만… 마술피리라는 이 작품 볼 때마다 들을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이거 정말 가족용 맞아? 온갖 뵨태들을 한 자리에 모았잖아, 그 참. 아니 그것도 너무나 모짜르트라고나 할까. 쥴리 아줌마가 초심으로 돌아와 주었으면 하는 바램 간절하다. 아줌마, 돌아와요, 너무 멀리 갔잖아!!! 디즈니 말고 후안 데리엔 시절로 돌아와 줘요. ㅜ.ㅜ
Bye Bye Blackbird
아주 오래된 이 노래를 처음 들은 건 그 유명한 앨범 ‘Round About Midnight’에서였다. 그런데 아주 오랜만에 다시 만난 게 바로 영화 킹콩에서였다. 첫 소절만 살짝 지나가지만 아마도 그 무렵… 이 노래가 처음 무대에서 불리워졌을 그 무렵 바로 그런 형식이지 않았을까 싶은, 그런. 보더빌이 아직 죽지 않았던 그 무렵. 그런데 잠깐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세워진 건 몇 년? 인터넷 찾아보니 31년 완공. 시대적으로 제대로 킹콩 영화의 내용과 맞물린다. 주인공 앤은 보더빌 극단에서 컸지만 안타깝게도 한참 일할 나이에 보더빌이 쫄딱 망해가는 시기라 배를 쫄쫄 굶는 신세. 이런 세세한 디테일은 물론, 영화 속의 뮤지컬 한 장면 한 장면에 들인 공을 보면 피터 잭슨의 뮤지컬에 대한 애정이 보인다. 아니, 공포영화와 액션 영화에 미친 피터 잭슨이 어인 뮤지컬? 이라고 생각한다면 그의 필모그라피 한가운데 박힌 Meet the Feebles 찾아보시라. 등장인물-인물?-아니, 등장 캐릭터 무려 마흔 개 정도 가운데 살아남는 건 단 두 마리. 그 당시 한참 인기 좋았던 참깨거리의 인형 캐릭터들이 하드코어 섹스와 하드코어 살인행위를 마다 않는, 블랙 코미디에 무엇보다도 … 뮤지컬이다. 어쨋거나 이 노래, 올해 뉴욕에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영국 네셔널 극단의 History boys에서 선생인 헥터의 추도식에서 전곡을 들을 수 있다. 영화가 나온다니 아마 영화 말미에 이 곡을 들을 수 있을 듯. 가끔 그 시대가 궁금하다. 낡은 흑백사진과 다큐에서나 들을 수 있는 지지직 사운드로밖에 들을 수 없는 그 시절의 공연들. 대부분의 아파트에서 찬 물만 나왔었던 그 시절이. 참고로 블랙버드는… 뉴욕이 빅 애플로 불리기 전, 잠시동안 뉴욕의 애칭이었다. 믿거나 말거나. 대부분의 레코딩에서는 1절과 2절은 생략되고 코러스 부분만 불려왔다. 영화 킹콩에서도 그랬다. 생각해 보니 프랭크 시나트라도 이 노래를 불렀던 것 같다. 난, 배우가 노래 잘 부르고 연기 잘 하면 어지간해서는 용서해 주는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시나트라의 개인적인 행적은 용서하기가 쉽지 않다. 개자식. 내가 어렸을 때 얼마나 시나트라를 좋아했는데, 그런 스스로에게 짜증이 날 지경.
Verse:
Blackbird blackbird singing the blues all day
Right outside of my door
Blackbird blackbird who do you sit and say
There’s no sunshine in store
All thru the winter you hung around
Now I begin to feel homeward bound
Blackbird blackbird gotta be on my way
Where there’s sunshine galore.
Chorus:
Pack up all my care and woe,
Here I go singing low
Bye bye blackbird.
Where somebody waits for me,
Sugar’s sweet so is she
Bye bye blackbird.
No one here can love and understand me
Oh what hard luck stories they all hand me.
Make my bed and light the light,
I’ll arrive late tonight
Blackbird bye bye.
Verse:
Bluebird, bluebird, calling me far away
I’ve been longing for you.
Bluebird, bluebird, what do I hear you say?
Skies are turning to blue, I’m like a flower that’s fading here,
Where ev’ry hour is one long tear.
Bluebird, bluebird this is my lucky day.
Now my dreams will come true.
The Times They Are A-Changin’
팝가수 빌리 조엘의 힛트곡을 가지고 만든 뮤지컬 <무빙 아웃>(Movin’ Out)으로 토니상 안무상을 받은 현대 무용가 트와일라 타프. 이 분이 새로 만드신 작품은 빌리 조엘에서 밥 딜런으로 바뀌었을 뿐 비슷한 포맷의 팝가수 뮤지컬이다. 제목 역시 <무빙 아웃> 처럼 힛트곡 제목이기도 한 밥 딜런의 <The Times They Are A-Changin’>
그런데 말이죠. 업계 통신을 종합해보니 현재 프리뷰 중이며 공연 개막(10.26일)까지 불과 보름만 남아있는 이 프러덕션에서 엄청난 뒷담화가 흘러나오고 있다는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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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enn Colella and Michael Arden in The Times They Are A-Changin’ (Photo © Craig Schwartz) |
첫 소식은 다름아닌 주연 여배우를 맡은 카렌 린 마누엘이 부상으로 캐스트에서 빠졌다는 것. 작년의 <스윗 채러티>의 악몽이 재현되고 있는 것일까. (차이가 있다면 스윗 채러티는 크리스티나 애플게이트가 다쳐서 프리뷰때만 언더스터디로 교체되었지만 이 공연은 열번의 프리뷰 직후 언더스터디를 맡고 있던 리사 브레시아로 아예 대체되었다는 것이다.)
사실 카렌 린 마뉴엘이 부상을 입기 이전에도 이미 총 열명의 배우 중 무려 대여섯명이 짤렸다고 한다. 그 중에서는 샌디애고 트라이아웃 공연때 여주인공을 맡았던 젠 코렐라도 포함되어 있다. 그렇다면 젠 코렐라는 왜 뉴욕 공연에 초대받지 못했을까? 물론 젠 코렐라의 인터뷰에 따르면 트와일라 타프가 뉴욕 공연 캐스팅을 앞두고 자신을 불러서 프로듀서들이 다른 여배우를 찾기를 원한다는 말을 전했다고 하는데… 음 과연 그럴까? 트와일라 타프 – 이분 나이가 환갑이 넘으신 할머니다. 그리고 현대무용계에서 이룰만큼 이룬 분이고 <무빙 아웃>으로 토니상도 받고 안될 것 같았던 흥행도 이루었는데 뭐가 아쉬워서 프로듀서 동생들이 들고 있어났다고 그걸 따라갈 분인가? 아마도 피비린내 나는 숙청의 장본인은 다름 아닌 이 사실들을 누구보다도 잘알고 있는 트와일라 타프일 가능성이 높다. 결국 젠 코렐라는 프로듀서들로부터 섹시함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짤렸다기 보다는 트와일라 타프가 원하는 이 작품의 ‘복잡하고 심오한’ 안무의 세계를 따라잡지 못해서 혹은 더 많은 이유로 눈밖에 난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에 빠진 카렌 린 마뉴엘은 정말로 부상 때문일까? (왜 내가 점점 찌라시 기자 투로 바뀌는 거야?) 브로드웨이 공연에서 여주인공으로 발탁이 되긴 했지만 이 언니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섹시함은 갖추었지만 밥 딜런의 목소리에는 맞지 않는다’로 요약된다. 이 작품은 <무빙 아웃>처럼 빌리 조엘을 꼭 빼닮은 가수가 있는 밴드는 위에서 노래부르고 댄서들은 아래에서 춤만추는 그런 ‘브로드웨이 발레’ 스타일이 아니라, 일반적인 노래와 연기, 춤이 있는 북 뮤지컬이다. <무빙 아웃>의 인기의 상당 부분이 춤을 추건 말건 빌리 조엘과 흡사한 목소리의 가수의 노래를 즐기는 일반 관객들 덕분이었다고 한다면 밥 딜런의 경우에도 그의 노래를 누가 부르느냐가 매우 중요할 것이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아무도 밥 딜런의 분신같은 역할을 하는 사람은 극중에 없다. (그렇다면 맘마미아?) 게다가 도중 하차한 카렌 린 마뉴엘은 소위 ‘질러’ 스타일이었다고 한다. 근데 밥 딜런 노래를 질러로 부르면 뭐가 되는거야. 그래서 마뉴엘에게 꼭 맞는 역할은 <위키드>의 녹색 마녀였다나…
또다른 뒷담화는 현재 프리뷰 중인 이 공연이 매일 조금씩 안무가 바뀌고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프리뷰 기간은 여러 시도를 할 수 있다.. 하지만 매일 그렇게 바뀌지는 않는다.) 안무가 출신인 트와일라 타프에게 안무는 드라마를 전달하는 직접적인 수단이기 때문에 매일 바뀐다는 의미는 스토리가 여전히 관객들에게 명쾌하지 않다는 것이다. 참고로 이 작품의 줄거리는 전쟁 시기에 정신장애를 겪는 아들을 데리고 다니는 서커스 단장이 운영하는 삼류 유랑 서커스단에 관한 우화같은 휴먼 스토리다. 그런데 이 부자가 각각 같은 여자와 잠자리를 하는 엽기 상황도 발생한다는데.
게다가 결정적인 뒷담화는 이 작품의 드라마가 총체적인 난국이라는 것이다. 대본 작가를 리허설에 오지 말아달라고 했는가 하면, 배우들 조차도 내용 파악을 다 못하고 있다는 엄청난 소식이다. 한 예로 얼마전에 배우중 한명이 트와일라 타프에게 무대에 등장하는 배가 상징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물었다고 한다. 그러자 그녀가 배우들을 향해 던진 말인 즉.
트와일라 : “OK people, what does the boat mean?”
배우들 : “…………………………….”
트와일라 : “Come on, people! It’s Melville. Melville!”
배우들 : “…………#%@#& ……….”
(다 아시겠지만 참고로 멜빌은 모비 딕의 작가인 허먼 멜빌, 근데 서커스단과 백경? 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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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ob Dylan |
게다가 밥 딜런의 원곡이 브로드웨이에 맞게 편곡되면서 원곡을 유추하기 힘든 정체불명의 스타일로 바뀌었다가 주변의 불만이 커지자 막판에 트와일라가 다시 포크송으로 바꾸도록 했지만 이미 타이밍을 놓쳤다는 풍문이 돈다.
이 사태에 개입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두 사람 뿐. 한명은 트와일라의 오랜 친구이자 이 작품의 연기 감독인 랠리 모스(힐러리 스왕크, 헬렌 헌트, 제이슨 알렉산더 등이 그의 레슨을 받은 사람들이라고 함) 또 한명은 바로 밥 딜런이다.
하지만 이 상황은 이미 랠리 모스의 손을 벗어난 듯한 분위기라고 한다. 게다가 밥 딜런은 트라이아웃 공연에도 딱 한번 공연을 관람했을 뿐이며 뉴욕에서 프리뷰가 열리고 있는 현재까지도 아무도 그를 극장 근처에서 본 사람이 없다고…
여기서 잠깐 우리의 씩씩한 코리안 앙상블 마커스 최! 어떡해~
P.S #1 : 이 공연이 예정대로 개막되면 제작비 전액에 해당하는 100억원의 사상 최악의 손실을 가져올 것이라는 예측이 있다. 하지만 <무빙 아웃>도 프리뷰 때까지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다가 개막 후 호평을 받았던 전례를 들어 트와일라 타프에 대한 무조건적인 지지로 흥행에 낙관적인 기대를 가진 사람도 있다.
P.S #2 : 이 작품의 트라이아웃에 여주인공을 맡았다가 정작 뉴욕 공연에서는 짤린 젠 크롤라는 같은 시기에 개막하는 다른 뮤지컬 <High Fidelity>에 캐스팅 되었다. 그런데 참 이 언니 남같지 않다 생각했더니 2003년 최악의 작품이었던 <Urban Cowboy>의 여주인공이었다는 사실. 갑자기 긴장된다. 인생이 새옹지마가 될지 X차 피하려다 XX차 만난건지는 곧 판가름이 날 듯.
P.S #3 : 밥 딜런은 1960년대 브로드웨이 뮤지컬에 대해 독설을 퍼부은 적이 있다. 뮤지컬 음악이 대중음악으로서의 왕관을 락음악에 넘겨주었던 그 당시 락계를 이끌던 장본인 중의 한사람 아닌가.
P.S #4 : 브로드웨이 공연 올라가기 힘들다지만 몇몇 사람들을 너무 믿고 일이 추진되다 보면 이렇게 나중에 빼도박도 못하는 상황이 나오는 경우가 가끔 있다. 몇년전에 피비린내 진동했던 <Dance of the Vampires>도 그랬다. 중요한 것은 창작진들의 의견 조율이 실패하면 십중팔구 작품은 실패한다는 점이다. 왜냐면 파트별 컨셉이 모아지지 않았기 때문에 무대에서 그 난맥상이 고스란히 객석으로 전달될 수 밖에 없다.
제작 과정이 총체적인 난국이고 공연도 대충 올라갔는데도 객석 반응이 뜨거운 경우는 거의 없다. 아니 그러면 안된다. 그런데 그 원칙이 한국에서는 통하지 않는 경우도 있더라. 그렇게 만들때부터 난리를 치고 고통을 준 사람들이 단지 특정 계층의 선호도 덕분에 매표 상황이 좋다고 작품이 잘나왔다고 평가받을 수 있는 것인가? 그냥 이번주에 열리는 2006 한국 뮤지컬 대상 시상식 후보작들을 보고 잠시 경악해서 사족을 덧붙인다…)
My 10th ‘Broadway Visit’ Anniversary
홈페이지를 블로그로 개편하고서 업데이트가 매우 매우 게으르다. 블로그를 자주 업데이트해서 방문하는 손님들을 실망시키지 않겠다는, 제대로 된 블로그 주인의 마인드가 거의 없는게 아닐까?
홈페이지를 처음 만들었던 8년전을(으음.. 벌써..) 돌이켜본다. 그때는 또 얼마나 부지런히 가꾸고 기름칠을 해댔던가? 수많은 사람들이 방문을 하고 여러 경로로 연락이 오고, 지금 내가 알고 있는 업계의 인맥도 그때부터 비롯된 것이다. 때로는 손님들을 오프라인에서도 만났고 그중 몇몇 사람들과는 여전히 연락하며 친하게 지나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2년전 뉴욕을 떠나는 싯점에 모든 게 달라졌다. 홈페이지에서 가장 공을 들였던 컨텐츠인 뉴욕의 극장가 소식은 더 이상 예전처럼 적극적으로 업데이트 하지 않았다. 뉴욕에 살던 7년 동안 때마침 한국에 불어닥친 뮤지컬의 광풍. 오 장난 아니었다.. 그때 업데이트한 많은 정보들이 그 기간동안 실로 많은 업계 관계자분들에게 읽혀졌다고 들었다. 그중엔 말없이 퍼가서 본인의 업무에 고스란히 활용한 분들도 계시고… 물론 개별 작품에 대한 감상을 제외하고 브로드웨이 뮤지컬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의 80%는 책에 썼다. 사실 2004년초에 책을 준비하면서부터 홈페이지 업데이트는 뜸해졌던 것 같다.
그런 책이 출간될 수 있었던 사실만 해도 고마웠다. 하지만 그 책이 나온 순간 우리가 그간 수년 동안 고민하고 정리했던 것이 상품으로 나옴으로 해서 이제는 확실하게 더 이상 그런 정보들이 고급 정보의 영역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을 뜻하기도 했다. 그 이후에 정말로 많은 단순한 질문들이 게눈 감추듯 줄었다. 하지만 뮤지컬의 광풍 속에서 정말로 한국에서 브로드웨이가 가까워졌을까? 그렇다고 말할 수가 없다. 오히려 뮤지컬의 활성화가 갑작스럽게 가져온 그 과실의 향기만을 즐기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예전 같으면 아예 몰라서 기초부터 자료 조사를 통해서 공부를 했을 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이제는 이러한 정보들로 벼락치기를 한 후 상황을 오판하고 그것이 옳다고 잘못 믿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공연은 영화가 아니다. 그때 그 순간에 그 자리에 있지 않았으면 제발 입을 닥치시오.
이야기를 다시 돌려서 짧은 자문자답. 근데 내가 왜 떠났던가? 좀 더 스테디한 일과 돈을 위해서. 귀국을 앞두고 막연하게 한국의 뮤지컬계가 발전하기 위해서 크리에이티브한 마인드를 가진 인력들이 늘어나고 그 체계적인 제작 시스템도 도입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이제 그동안의 경험을 업무로 연계시키게 되었으니 일종의 사명감을 가지고 일해보자는 생각도 있었고 유학생활 내내 어려웠던 경제 생활을 타개하기 위해서 선택한 이길. 하지만 몸을 담그면 담글수록 알면 알수록 왜 만족감은 옅어만 가는 것일까?
이제 예전처럼 좋은 공연을 홈페이지를 통해서 좋다고 말하기가 어렵다. 그 이유를 설명하자면 사실 우습지만.. 좋다고 열심히 열변을 토해가며 소개했던 공연이 어느 순간에 허접한 라이센스 공연으로 서울의 한 공연장에서 난데없이 올라와서 처절하게 패퇴해가는 모습을 지켜봤기 때문이다. 그럴 때는 어쩔 수 없는 아쉬움과 함께 일말의 책임감을 느낀다. 물론 아무도 나에게 뭐라 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어떤 사람이 나에게 왜 블로그를 이글루나 네이버를 쓰지 않느냐고 물은 적이 있다. 그럼 방문자가 많이 늘텐데… 왜 아무도 모르는 wordpress를 쓰는지…하면서 말이다. 글쎄. 같은 이유에서다.
내가 지금보다 좀 부지런하다면 한국 뮤지컬 계의 음울한 미래에 대해 사람들과 이야기 하고 싶다. 충무로의 뮤지컬 열풍도, 원소스 멀티유즈의 뻔한 허상도, 프러덕션의 이해와 깊이는 없고 주변부의 가쉽만 남은 공연 리뷰, 말도 안되는 리딩과 쇼케이스 결과물들. 하지만 어떡하나. 나 게으르거든. 혼자 노는 거에 익숙하다고 했다. 대신 뉴욕을 떠난 후 뮤지컬 DVD를 모은다. 물론 이 취미는 오래가지 못한다. 대략 200개 정도만 모으면 모든 게 끝난다. 지금은 절반쯤 왔나? 물론 공연은 영화가 아니다. 극장에서 못푸는 한을 이렇게나마 푸는 것을 뿐.
나는 마녀가 뉴욕에서 내가 이루지 못하고 배우지 못한 더 많은 것들을 나를 대신해서 마저 배우게 되기를 기대한다. 뮤지컬을 좋아하게 된 이상, 앞만 보고 달렸으면 좋겠다. 자기 쇄신을 하지 않는 사람은 멀리하고, 실력은 헬스 키친의 타운하우스인데, 말로는 아발론 아파트 옥상에 가있는 초조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과는 정기적으로 인간관계의 리셋 버튼을 눌러야 한다. 그리고 잘 팔리는 수만 가지의 이야기가 널린 그곳의 정기를 내 몫까지 받았으면 좋겠다.
어느덧 뉴욕을 처음 갔던게 지난주로 꼭 10년이 되었다. 방문하는 것만으로도 나의 인생은 그렇게 바뀌었다. 이제 새로운 decade를 맞아 어떤 목표를 삼아볼까?

FILM2.0 Weekly Magazine
제 289 호 (2006.06.27 ~ 07.04)
이번호 뮤지컬 특집 기사 중 마녀의 글이 있습니다. 긴 내용인데 과연 편집 과정에서 잘실렸을지 궁금하네요. 확인을 못하고 왔으니.. 오며가며 많이 봐주세요~ 한주 지나면 사이트에서 무료보기가 가능하다고 하는데 그때 다시 링크를 하도록 하지요.. 그나저나 수퍼맨 멋지구리. 꼭 봐야겠슴다.
Feature- Special Feature
영화와 뮤지컬, 오랜 동거의 역사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에서 활발하게 펼쳐지는 영화와 뮤지컬의 동반 관계가 우리에게 장밋빛 전망만은 아니다. 뮤지컬 칼럼니스트 이수진이 무대와 스크린의 차이를 분명하게 인식하고 원작을 새롭게 극복하려는 노력에 대해 말한다.

최근 국내에서는 영화 제작사가 뮤지컬 시장에 뛰어들어 화제다. 충무로 메이저 영화사 가운데 하나인 시네라인-투가 로맨틱 뮤지컬 코미디 <폴 인 러브>를 제작했고, 뮤지컬과 영화 양쪽 모두에 투자해온 CJ엔터테인먼트는 소극장 뮤지컬 <김종욱 찾기>를 제작했다. 또한 관객동원 신기록을 수립한 <왕의 남자>도 곧 뮤지컬로 제작될 예정이다. 이미 일본에서 열렬한 한류 열풍을 일으켰던 드라마 <겨울연가>도 뮤지컬로 제작돼 올 초 일본에서 공연되었고, 비슷한 기획의도로 뮤지컬 <대장금>이 만들어질 예정이다. 이제 산업화 단계에 진입한 우리나라의 뮤지컬 시장은 영화나 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콘텐츠의 적극적인 확장을 통해 장르를 넘나들며 착실하게, 아니 매우 빠르게 백 년 넘는 뮤지컬의 본고장 브로드웨이의 수순을 밟아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무대에서 스크린으로 가는 험난한 길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 영화가 처음 발명되었을 때 그 밑천은 무대공연이었다. 영화산업의 중심은 서부 할리우드로 옮겨갔지만 뉴욕은 공연 예술 중심지로 초기 영화산업을 이끌었다. 알 존슨 주연의 1927년 작 <재즈 싱어>(1927)는 최초의 유성 영화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뮤지컬 영화였다. 주인공 알 존슨의 직업이 바로 민스트럴 쇼의 배우이며 영화에서 재미를 주는 부분도 상당 분량을 무대 위 쇼 장면을 충실하게 재연하는 데 의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2차 세계대전 종전 직후에는 브로드웨이가 뮤지컬 콤비 리처드 로저스와 오스카 해머스타인 2세의 <오클라호마!>로 드라마와 춤, 음악이 결합된, 당시로선 완벽한 듯 보이는 쇼를 만들어내며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황금기를 이끌어갔다. 그러자 이미 공황기 이후부터 브로드웨이 인맥을 끌어들여 자체적인 뮤지컬을 만들어왔던 할리우드는 영화를 위해 새로운 뮤지컬을 만드는 노력 대신 브로드웨이에서 히트한 뮤지컬을 거의 시간차 없이 드넓은 스튜디오 안에서 공장처럼 찍어내기 시작했다. 이러한 영화와 뮤지컬의 적극적 동거는 1960년대 중반까지 계속됐다.
그러나 뮤지컬이 쇼 비즈니스 변방으로 물러난 1960년대 중반 이후 뮤지컬 영화의 전성기도 끝났다. 온 세상 사람들이 모두 사랑을 고백할 때는 진 켈리처럼 우산을 쓰고 빗물 속에서 찰박거리고 옥수수 밭에서 발레를 추며 사랑을 고백할 줄 알았던 시대가 가버린 것이다. 그 후 뮤지컬 영화는 캐롤 리드의 <올리버!> 이후 무려 35년 만에 오스카 작품상을 거머쥔 뮤지컬 영화로 등극한 <시카고>가 개봉되기 전까지 주류 장르에 복귀하지 못했다. <시카고> 이후 많은 사람들은 성급하게 새로운 뮤지컬 영화의 시대가 왔다고 떠들어댔지만 여전히 뮤지컬 영화는 수많은 일반 영화에 비하면 극소수일 뿐이다. 다만 밀레니엄 이후 뮤지컬 영화는 과거완 스타일 면에서 달라졌다. 뮤지컬이다, 아니다라는 논쟁을 불러일으켰던 라스 폰 트리에의 <어둠속의 댄서>나 팝 음악을 공격적으로 차용한 바즈 루어만의 <물랑루즈>는 할리우드에서도 드문 감각적 시도를 보여줬고, 젊은 관객들은 드라마가 중간에 정지되고 노래가 등장하는 특별한 형식을 컬트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반면 <시카고> 이후 과거 스타일로 만들어진 뮤지컬 영화는 성공하지 못했다. 브로드웨이 역사상 가장 많은 숫자인 열두 개의 토니상을 거머쥔 멀티 히트 뮤지컬을 다시 스크린으로 옮긴 최신작 <프로듀서스>는 쪽박을 찼다. 왜일까? 현 시대에 맞는 뮤지컬 영화의 문법 대신 과거 스타일만을 따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애초 멜 브룩스의 1968년 원작 영화 <프로듀서스>를 무대로 옮길 때는 스크린과 무대의 장르 차이를 제대로 인식하고, 삭제할 것은 과감하게 삭제하고 무대에서 재미를 줄 수 있는 장면을 극대화해 그토록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그러나 다시금 이를 영화로 옮길 때는 무대를 스크린 위에 영원히 박제하려 했던 게 패인이다. 올 12월에는 팝 디바 비욘세 놀스가 주연한 영화 <드림걸즈>가 개봉한다. 이 작품은 다이아나 로스가 몸담았던 여성 보컬 그룹 ‘수프림즈’를 모델로 1981년에 개막해 큰 인기를 얻었던 뮤지컬로, 1982년 토니상 6개 부문을 수상한 수작이다. 흑인 뮤지컬임에도 불구하고 보수적 백인 관객들 사이에서 무려 4년간 1,521회 공연 기록을 세웠지만, 25년 후 다시 스크린으로 만나는 이 작품의 흥행 여부는 아무도 보장할 수 없다.
무대 뮤지컬을 영화로 옮길 때는 무대에서 아무리 즐거웠던 장면들도 포기해야만 하는 순간이 온다. 연극이나 영화를 무대 뮤지컬로 옮기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이미 무대 뮤지컬로 만들어진 작품을 다른 장르로 옮긴다는 건 더더욱 쉬운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무대 뮤지컬에는 이미 음악이라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움직일 수 없는 바위처럼 굳게 박혀선, 대사와 연출을 제한하기 때문이다. 이런 제한으로부터 가장 자유로운 상상력으로 벗어난 것은 밥 포시의 1972년 뮤지컬 영화 <카바레>다. 밥 포시는 무대에서 보여줄 수 없었던 이셔우드의 원작 소설 <나는 카메라다>의 다양한 요소들을 과감하게 끌어들여 무대 작품과는 완전히 다른, 그러나 같은 지향점을 지닌 매력적 영화를 창조해내는 데 성공했다. 이후 이런 파격적 시도가 다시 이뤄지지 않고 있음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스크린에서 무대로 가는 조금은 쉬운 길
반면 영화를 무대로 옮기는 작업은 브로드웨이 제작자들에겐 매우 구미가 당기는 일이다. 일단 원작이 지닌 유명세가 있고, 이미 한번 영화에서의 성공으로 보장된 안정된 플롯과 드라마가 있으니 말이다. 여기에 음악만 입혀 춤을 곁들이면 되는 ‘간단한’ 작업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제로 이런 작업은 최근 브로드웨이의 가장 큰 흥행 공식을 이루고 있다. <프로듀서스> <헤어스프레이> <완벽한 신여성 밀리> <스패멀럿> 등 2001년부터 현재까지 영화를 원작으로 한 네 작품이 토니상 작품상을 받았고, 이밖에도 <더럽고 비열한 사기꾼들> <드라우스 샤프론> 등 2001년부터 2006년까지 토니상을 석권하거나 흥행에 성공한 작품들은 모두 영화가 원작이다. 이런 상황은 런던 웨스트엔드도 마찬가지다. 작년 매튜 본의 유려한 안무와 연출로 <가위손>이 뮤지컬화됐고 <빌리 엘리어트>와 <메리 포핀스> 역시 깔끔한 연출로 최신 흥행 작품 목록에 올라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이 중 <가위손>은 우리나라에서 7월 하순 내한공연을 가질 예정이기도 하다.
올해에도 브로드웨이에서는 80년대를 회고하는 영화 <웨딩 싱어>를 각색한 동명 뮤지컬이 개막되었다. 하지만 결과는 약간 실망스럽다. 80년대 팝 음악을 고르는 대신 80년대 스타일의 노래를 새로 작곡하는 길을 택해 음악은 무난한 길을 걸었지만, 80년대를 배경으로 한 90년대 영화를 2006년에 올린다는 이 어정쩡한 시대의 갭을 벗어나지 못한 데다, 원작 영화의 배우들이 여전히 로맨틱 코미디물 영화 주인공으로 짱짱하게 활동하고 있는 현역이라는 사실도 감점 원인이 되었다. 물론 여기엔 꽤 유치하기까지 한 안무와 안이한 연출도 한 몫 거들었다. <웨딩 싱어>는 이번 시즌의 악몽을 여는 서막에 불과하다. 이번 시즌 최악의 작품으로 등극한 <레스타트>를 빼놓을 수 없다. 인기 작가 앤 라이스의 출세작 <뱀파이어와의 인터뷰>는 톰 크루즈와 브래드 피트가 주연한 영화로 우리나라에서도 너무나 잘 알려져 있다. 애당초 톰 크루즈가 레스타트 역을 하는 데 강경하게 반대했다던 원작자 앤 라이스도 이제 더 이상은 캐스팅에 관여하지 않기로 한 모양인지, <레스타트>의 주인공 레스타트는 빼어난 노래 솜씨에도 불구하고 차라리 톰 크루즈가 더 낫다고 여겨질 만큼 평면적인 연기를 보여준다. 여기에는 그저 원작을 요약하기만 한 단조롭고 안이한 대본과 무대 기술을 왜 안 쓰는지 이해할 수 없었던 퇴보적 연출도 문제가 됐다.
또한 우피 골드버그가 주연해 수많은 관객의 심금을 울렸던 영화 <컬러 퍼플>도 동명 뮤지컬로 개막됐다. 이 작품은 나름 흥행에 성공하며 또 하나의 새로운 흑인 뮤지컬 역사를 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안겨주긴 하지만, 원작이 지닌 매정할 정도로 담담한 시각은 사라지고 중년의 여성 관객들을 겨냥한 신파로 이끌어가 밀도 있는 결말을 기대한 관객들의 예상을 저버렸다. 하지만 <컬러 퍼플>이 영화를 바탕으로 이번 시즌에 올라온 작품 가운데서는 단연 가장 완성도가 높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손수건을 꺼내 든 중년 여성 관객의 성원에 힘입어 현재 흥행 순위 3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또한 이번 시즌에는 디즈니의 네 번째 브로드웨이 진출작 <타잔>이 올라왔다. 디즈니가 브로드웨이에서 <미녀와 야수> <라이언킹>으로 연타석 홈런을 쳤고, 이후 좀 더 욕심을 내 원작 애니메이션이 없는 <아이다>를 내놓았으나, <아이다>는 앞의 두 작품보다 더 만화적인 무대와 의상임에도 불구, 내용은 어정쩡하게 성인을 겨냥한, 게다가 브로드웨이에서 먹히지 않는 비극적 로맨스를 지향하는 바람에 세 작품 가운데 가장 늦게 개막해 가장 먼저 막을 내리게 됐다. <타잔>은 멜로디에 있어선 엘튼 존과 함께 자웅을 겨루는 필 콜린스가 작곡했음에도, 작품 자체가 아프리카 밀림을 배경으로 하는 점에 있어선 <라이언 킹>과 <아이다>가 만난 듯한 연출과 무대장식을 보여줘 평단의 외면을 받았다. 하지만 너무나 오랜만에 올라온 가족 뮤지컬인지라 가족 관객들의 성원에 힘입어 흥행 순위는 수위에 올라 있다.
디즈니의 네 번째 브로드웨이 뮤지컬이 <타잔>임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타잔>은 디즈니가 애니메이션에서 뮤지컬 플롯을 포기하고 액션영화에 가까운 사실적 구현에 올인할 것임을 천명한 분수령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이는 90년대 들어 <인어공주>로 새로운 애니메이션의 전성기를 열었던 디즈니의 밑천이 떨어졌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앞으로도 당분간 디즈니는 자신감을 잃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백설공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피노키오> <정글북> 등 끝도 없는 레퍼토리가 창고에 쌓여 있는 한 말이다.
원 소스 멀티 유즈의 허상
원작 소설을 연극으로, 영화로, 또 뮤지컬로 만든다는 건 얼핏 보기에 굉장히 효율적인 방식이다. 누구의 입장에서? 제작자의 입장에서. 홍보비도 덜 들고 창작의 시간도 덜 든다. 그러나 관객은 냉정하다. 아무리 원작이 좋아도 원작 자체를 기대하며 비싼 돈을 내고 공연을 보러 가진 않는다. 관객들은 항상 원작을 뛰어넘을 것을 요구한다. 그게 기꺼이 지갑을 여는 관객의 권리다. 책을 읽고 감동을 받았다거나 영화를 보고 즐거웠다면, 그 책을 다시 읽고 영화는 DVD로 편안하게 감상하면 될 일이다. 무대는 완전히 다른 장르다. 살아 있는 배우와 오케스트라가 존재하는 곳이며, 스크린과는 다른 감수성과 재미가 존재한다. 그 점을 간과하고 단지 원작 영화의 유명세만 믿고 덤벼드는 제작자들은 관객을 우롱하는 것이고, 관객들은 그런 작품을 한 달 만에 문 닫게 하는 힘이 있다. 원 소스 멀티 유즈, 좋다. 누구라도 이미 히트한 기존 가수들의 노래나 영화, 뮤지컬 영화를 기반으로 작품을 좀 더 쉽게 만들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미래의 관객들은 새로운 스토리, 새로운 음악의 탐험을 원한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다.
2006.07.06 / 이수진(뮤지컬 칼럼니스트)
할리우드, 브로드웨이로 가다
현재 브로드웨이에서 상연 중인 뮤지컬 가운데 영화사가 개입해 가장 성공한 사례는 디즈니라고 할 수 있다. 그 외에 클리어채널 엔터테인먼트사가 96년 <시카고>를 시작으로 ‘SFX 극장그룹’을 만들어 브로드웨이 작품에 투자하고 있지만, 뉴욕 최대의 라이브 극장 ‘라디오 시티 뮤직홀’의 소유자라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아주 새로운 일은 아니다. 올해 새롭게 브로드웨이에 뛰어든 영화사는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등 썩 괜찮은 원작을 소유하고 있는 영화사 워너브러더스로, 공연 전담 회사인 워너브러더즈씨어터 벤처사까지 설립했지만 공연은 한 달 만에 막을 내리고 철수하는 대실패를 맛봤다. 워너브러더스의 영화를 뮤지컬화한 <컬러 퍼플>은 성공했지만, 여기에는 워너브러더스의 입김이 미치지 못했다. 할리우드에는 수많은 영화사들이 있고 수많은 메가 히트작도 있지만, 그것이 결코 무대에서의 흥행을 보증하지는 못한다. 설혹 엘튼 존처럼 세계적인 가수를 작곡가로 모신다 해도 그가 작품과는 동떨어진 생뚱맞은 음악을 써낼 줄 짐작도 못할 것 아닌가.
Dreamgirls
영화로 만들어진댄다.
주연은… 놀랍게도 비욘세 놀즈. 크악!
예고편을 보니… 꽤 할 듯. 다이아나 로스 풍으로 말아 올린 비욘세의 머리 상당히 볼만했다.
드림걸즈는 나도 정말 좋아하는 작품인데 올 겨울이 조금 기다려진다. (아직 여름도 안 왔고만!)






























